음악을 만드는 친구 K는 우리가 ‘육감’ 혹은 “비밀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무의식적인 감각의 흐름이 일반적인 나보다 훨씬 발달한 듯 보인다. 이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단련되는 몸의 경험과 관련 있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오로지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움직인다. 그가 떠올렸음직한 생생한 몸 감각이 투사된다.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기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액션 페인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바닥에 천을 펼쳐놓고 막대기에 물감을 묻힌 뒤에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물감을 흩뿌린다. 캔버스는 그가 하는 몸동작의 기록이다. 이렇게 완성된 그림은 어떤 형체는 보이지 않고 마치 실타래가 엉킨 듯한 물감 자국만이 남았다. 그러니 폴록의 그림 작업에 결부된 이런 몸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면 폴록의 그림을 진정으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위 그리고 아래) 잭슨 폴록 (사진출처: https://galeriemagazine.com/ )
오귀스트 로댕 (Auguste-René Rodin)의 유명한 조각 작품 중에 <생각하는 사람 le penseur >이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에 설치된 조작 중 하나다. 모든 시인과 화가, 발명가를 상징하는 한 벌거벗은 남자가 긴장감을 주는 자세로 바위 위에 앉아 있다. 남자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 걸까? 로댕은 ”내 작품 <생각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머리, 찌푸린 이마, 벌어진 콧구멍, 앙다문 입술만이 아니다. 그의 팔과 등과 다리의 모든 근육, 움켜쥔 주먹, 오므린 발가락도 그가 생각 중임을 나타낸다 “라고 쓰고 있다(같은 책 223쪽)
미디어 아티스트 뮌(Mioon 김민선·최문선)의 작품 <오디토리움 Auditorium (Template A-Z>은 오디토리움이라는 형식을 차용, 다섯 개의 책장을 반원형 극장처럼 배치했다. 책장 속에서 깃발, 어디론가 걸어가는 소녀, 기둥에 매달린 하얀 집, 바삐 걷는 남자 등등을 형상화한 움직이는 오브제 들 위에 전구의 불빛이 점멸하며 빛과 그림자를 드리운다. 불투명한 아크릴 판을 경계로 뒷면에서 보이는 오브제 형상과 앞면에 투사된 그림자 이미지는 일대일로 상응하지 않는다, 작품의 후면에서는 정확한 형상을 바라볼 수 있지만 작품의 전면에서는 형상이 기이하게 변형된다. 책장의 앞과 뒤 주변을 배회한 후라야 작품이 진정으로 실감된다,
지금까지 일상 미학 수업에서 미적인 삶을 위한 주요 이슈들을 탐구했다. 이 중에서 이번 ‘몸으로 생각하기’는 미학이라는 관념론적 경향 때문에 몸의 경험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는 현실에서 일상예술에 필연적이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해 언급한 것이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은 ‘나’를 둘러싼 시공간 속에서 아름다움을 지각하고, 몸으로 느끼고 상호작용함으로써 갖게 된다. 이러한 직접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통해 우리의 삶 자체가 예술적으로 가꾸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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