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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Nov 26. 2021

한없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읽고

독서모임에서 [거짓말이다]를 읽으면서 김탁환 작가님을 처음 알았고, 서서히 찾아 읽었다. 30년 동안 6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작가님이라 도장깨기는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찾아 읽은 게 빛을 발했다.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김탁환처럼 글쓰기'라는 강좌가 열렸기 때문이다. 4주 동안 줌(zoom)으로 글쓰기 강의를 들었고, 5주 차에는 직접 작가님을 만나 뵙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수업의 주제는 '나는 <이토록 고고한 연예>를 이렇게 썼다'였다. 그 강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책을 완독해 감은 물론이었다.​


강연의 내용은 당연히 좋았다. 주인공 달문에게 완전히 빠져들었다. 책에서도 좋았지만 강연을 들으면서 완성되었다. 달문이 실존인물인 건 몰랐기 때문에 혼자 읽을 때는 깊게 이해한 게 아니었다. 그니까 결과적으로 나는 대단히 행운의 사람^^

책의 제목은 [이토록 고고한 연예]이지만 낚시일 뿐이다. 연예인의 이야기지만 사람의 이야기다. 그냥 사람이 아니라 거의 성인 같은 존재. 삶 전체로 울림을 주는 사람, 글자를 모르지만 지혜로운 사람, 손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한없이 좋은 사람 달문의 이야기.



달문은 거지이지만 절대로 궁핍하지 않았다. 빌어먹었지만 정직했고, 보답했고, 실천한 사람이다. 못생겼지만 아름다운 사람, 온 우주의 모순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달문이다.

나는 강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질문하기를 '왜 3인칭이나 작가 시점으로 글을 쓰지 않고, 모독이라는 1인칭 관찰자를 넣어 소설을 썼느냐'라고 물었다. 작가님은 세상에 달문 같은 사람이 어딨느냐는 의문을 제기해 줄 사람, 같이 의심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 의심이 확신으로 완성되는 과정도 서술자 모독을 통해 가능했다.  이제야 주억거리지만 강연을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아름다운 소설이다. 김탁환 작가님의 상상력은 철저히 실존에서부터 출발한다. 이순신이, 황진이가, 김관홍 잠수사가 실존인물이듯 바보 같고, 바보여서, 바보인 달문도 실존인물이다. 작가님이 조선의 거지이자 광대인 달문을 처음 만난 것은 30년 전이지만 김탁환의 문장으로 완성된 것은 3년 전이다. 그동안 작가님은 주인공을 천 번 이상 생각했고, 사랑했고, 기록했다.

책의 두께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은 그럴 필요가 절대로 없다고 생각한다. 술술 읽힌다. 그것은 김탁환 작가의 장점이다. 역사적 기록을 베이스로 하지만 어렵지 않다. 학술적이지도, 현학적이지도 않다. 고리타분하지는 더더욱 않고. 그러니 읽을만하다. ​


한 없이 좋은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그런 사람이 현재에 있는가.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어렵지만 나도 그런 사람을 꿈꾼다.

책을 읽는 것도, 읽은 책을 자꾸만 나누는 것도, 나아가 글을 쓰는 것도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다시 깨닫는 것은 그 몸짓이 겨우 나만을 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달문처럼 되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타인을 향해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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