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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Aug 01. 2024

9 더하기 1은 10이 아니다

초코의 아들들 알파와 파이, 그리고 미쯔 이야기



 미쯔는 이모가 우리 집에 데려 온 마지막 동물이다. 미쯔를 데려올 때는 이모도 눈치가 보였는지 밑밥을 많이 깔았다.


 이모가 일하던 편의점 근처 모텔에는 개를 키우며 혼자 사는 여자가 있었다. 편의점에 자주 들러 강아지 간식이며 생필품을 샀다는 여자는 모텔을 허문다는 주인의 말에 그곳에서 나가야 신세가 되자 이모에게 개를 부탁했다고 한다. 얼마 살지 못할 개라고 하면서.


 어쩐지, 미쯔는 처음 봤을 때부터 약해 보였다. 밥을 잘 먹지 않아 사람 과자를 자주 먹였다고 했고, 그래서인지 병치레도 잦았다고 했다. 슈나우저처럼 등은 까맣고 배는 하얬지만 생긴 건 푸들 혹은 몰티즈를 닮았던 작은 개는 다 컸다고 했지만 4킬로도 안 나갈 것 같았다. 예상대로 병원에 데려가자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얼마 못 살 거라고 했다.


 이 말은 보기 좋게 틀리고 말았지만, 당시에는 정말 그 정도로 야위었고 자그마했다. '비루먹은 개'라고 말하면 너무 과할까, 고민이 될 정도였다.




 어쨌건, 우리는 미쯔를 키울 상황이 못 되었다. 우리 집에 사는 동물만 아홉 마리였다. 당시 우리 집에는 고양이 다섯 마리(일등이, 까미, 산이, 노랑이, 눈이)와 개 네 마리(은심이, 초코, 알파, 파이)가 살고 있었다. 열 마리는 정말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모가 미쯔를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모는 그때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처지였다.


 이래저래 미쯔가 공중에 떠버린 상황에 구원자가 된 것은 작은삼촌이었다. 작은삼촌은 오래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는데, 그런 이유로 아빠와 모의해 초코를 교배 보냈지만 여포 두 마리가 태어나버려 데려가지는 않고 있었다. 외숙모가 줄곧 반대했던 게 컸다.


 그런 참에 미쯔가 나타났다. 알파와 파이보다는 매우 작은 데다 오갈 곳 없는 불쌍한 강아지임을 어필할 수 있다 보니, 이는 작은삼촌에게 기회였다. 외숙모를 제외하고 작은 삼촌과 사촌동생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미쯔를 데리고 갔다.




 그러나 미쯔는 곧 돌아왔다. 외숙모는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미쯔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작은삼촌의 아들을 매우 싫어했다. 건강하지 못하니 작고 예민했을 미쯔와 개를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잘 몰랐을 중학생은 궁합이 좋지 않았다. 결국 미쯔는 사촌동생의 가방에 거하게 오줌을 싸질렀고, 우리 집으로 방출되었다.


 때마침, 우리 집에는 미쯔의 진짜 구원자 큰삼촌이 와있었다. 때 이른 퇴직 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삼촌은 잠시 우리 건물에서 지내게 되었고, 기꺼이 미쯔의 보호자가 되어 주기로 했다. 까만 얼굴과 등, 턱과 배를 따라 상앗빛 털이 난 개에게 과자에서 딴 '미쯔'라는 이름은 준 것도 큰삼촌이었다.


 그렇게 큰삼촌과 미쯔는 우리 건물 옥탑에 살게 되었다. 고양이 다섯 마리와 개 네 마리가 살고 있던 옥상에 들어온 열 번째 신입이었다.




 미쯔와 파이는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둘은 머지않아 사랑에 빠졌다.



 이윽고, 미쯔의 배가 불러왔다.


 9 더하기 1은 10이어야 하는데, 우리 집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열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았고 그중 일부와 이별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들과의 인연은 이별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떠나간 존재들, 그리고 제 옆을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놓으려 합니다.

 초코와 그의 아들들 알파, 파이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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