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올린 '9 더하기 1은 10이 아니다'이후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준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맞은8월 7일 수요일. 저는 연재브런치북은 30회까지만 쓸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ㅎㅎ
내일이 30회 연재일인데, 초코와 그의 아들들 그리고 손녀들의 이야기가 쭉 이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 당황스러운 사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미리 신경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ㅎㅎ 브런치는 처음이라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네요. 이번 연재브런치북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저와 저와 함께한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읽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오랜 시간 제가 떠나보낸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곳이 없어 마음에만 담아두었고, 이는 덩어리 진 채 먼 기억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언제고 꺼내야겠다 생각만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아프고 미안한 이야기들이 많아서요.
노랑이마저 고양이별로 떠나버린 뒤, 저는 공개된 플랫폼에 꾸밈없이, 이들과 함께한 저의 지나온 삶에 대해 정기적으로 써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툴렀던 저와 함께 끝까지 살아준 동물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 써 내려가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뼈아픈 실수들을 상기시키는 탓에 아팠고, 잊고 있던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기억해 낼 수 있어 무척이나 기뻤던, 그런 일이었습니다.
까미까지 떠나보낸 노랑이가 야외 고양이집에 있던 마지막 시기. 이후로 노랑이는 급격히 노쇠해져 갔습니다.
'미처 하지 못한 사랑의 기록'은 미처 하지 못한 사랑을 기록한 이야기이기도, 미처 기록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이든 기록이든 모두 소홀히 넘어가버린 지난날들이 안타까워 이런 제목을 붙였습니다.
'미처 하지 못한 사랑의 기록' 속의 시간은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가장 처음 우리 가족의 반려묘가 되었던 일등이와 올백이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써나갔다면 독자분들에게 더욱 친절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위 사진과 같은 시기. 노랑이는 저와 짧은 산책 전후로 항상 쓰담쓰담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로는 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노랑이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노랑이는 시내 건물에 살던 시절 우리 가족의 마지막 고양이입니다. 저희와 함께한 순서로 쓴다면 20회가 넘었을 때야 등장했을 겁니다. 노랑이의 마지막은 제 이야기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첫 이야기의 주인공은 노랑이여야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저의 가장 아픈 손가락, 꼴매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은심이의 이야기를 다룬 '5층 건물 옥상에 큰 개가 산다' https://brunch.co.kr/@20052023/18 와 '안 아픈 손가락 없단 거짓말' https://brunch.co.kr/@20052023/19에서 고양이별로 떠난 꼴매는 회색 먹구름 같은 털을 가진 노란 눈의 페르시안 고양이였습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던 저를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사랑했던 작은 고양이. 저는 이 친구의 이야기를 가장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서 다른 동물들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은심이가 보내준 것일지도 모를 흰돌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글을 써나가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솟아오를 때, 그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알맞은 반려동물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떠오른 대로 썼기에 자연스레 노랑이 다음의 존재들도 그들이 제 곁으로 온 순서와는 상관없이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또 아직 지구별에 살고 있는 고양이 예쁜이와 두치, 세치, 네찌, 뿌꾸, 콩알이, 강아지 초코, 알파, 두나, 세나, 흰돌이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쓰고 있었습니다. 예쁜이의 새끼 중 한치, 초코의 새끼 중 파이가 지구별을 떠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잠에서 깬 저를 지켜보던 우리 집 CCTV, 초코의 손녀 세나입니다. 저를 지긋이 바라보는 사진이 잘 찍힙니다.
왼편은 세나, 오른편은 자매인 두나입니다.
일찍 별에 간 초코의 아들 파이입니다. 사진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빠가 되고 난 뒤의 사진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초코의 아들이자 파이의 형제, 알파입니다. 둘은 웃는 모습이 꼭 닮은 형제입니다.
고양이 아니랄까 봐 비닐하우스 속 박스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한치, 뿌꾸, 네찌, 두치. (왼쪽부터) 이들의 이야기도 다음 브런치북에서 더 자세히 써나갈 예정입니다.
다소 어이없는 이유로 급하게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남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머지않아 '미처 하지 못한 사랑의 기록 2' 혹은 새로운 제목으로 다시 인사드리려고 합니다. 오늘까지 연재한 '미처 하지 못한 사랑의 기록'은 편집 후 브런치북 발간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연재 중 썼던 이야기들이 빠지거나 보충될 수 있다는 점도 미리 말씀드립니다.
2024년 8월 현재, 저는 다섯 마리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고 다섯 마리 고양이들이 밭과 마당, 저희 집 창고를 누비며 지내고 있습니다. 떠나보낸 동물들을 이야기로 남겨왔습니다.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도 찬찬이 꺼내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준비되는 대로 연재 브런치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 그때도 읽어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