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심이 이야기1
은심이는 이모의 선물이었다. 내게 준 것이 아니라, 이모의 딸인 내 사촌동생에게 준 선물이었다. 사촌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우리 집에서 살았다. 이모는 그것이 미안해서 살아있는 개를 선물로 안겼다. 첫 번째 선물은 우리와 건강하게 함께하고 있는 갈색 푸들, 초코였고 두 번째가 은심이었다.
은심이는 풍산개의 피가 섞인 잡종이었다. 이모는 그런 개를 지방 도심의 5층 건물인 우리 집에 데리고 왔다.
사실 나는 은심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학업부담과 사춘기를 동시에 짊어진 채 몰래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영화를 보러 다니느라 꽤나 바빴다. 단지 이런 도심에서 큰 개를 키우게 되다니, 큰 일이네. 정도의 생각을 가졌을 뿐이다. 나에게는 이미 아홉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내 고양이들이 살고 있던 옥상에 은심이의 집이 생겼다. 그때 조금 긴장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당시 은심이는 아직 어렸고, 목줄을 매고 살았다. 고양이들은 조금 큰 미니어처 푸들만 했던 은심이를 종종 괴롭혔다. 은심이는 짖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목줄에 묶여 있었으니까.
은심이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집도 작아졌고, 목줄로 묶어두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은심이는 마음대로 옥상을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그렇다고 아홉 마리나 되는 고양이들을 계속 가둬 둘 수도 없었다. 옥상은 교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 1대 고양이 9. 커다란 몸집의 은심이에게 옥상은 좁았다. 우리는 세나개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전에 은심이에게 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어릴 때 옥상에 와서 성견이 된 은심이는 옥상 계단도 내려가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었다. 묵직한 은심이를 끌어내리느라 갖은 고생을 한 우리는 결국 은심이의 산책을 포기했다. 답은 옥상을 은심이에게 더 많이 내어주는 것이었다. 옥상 난간을 걷는 고양이들의 도도하고 위험한 산책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은심이는 평소보다 조금 덜 짖는 것 같았다. 도로 건너편 아파트의 개들도 조금 덜 짖게 되었을까?
가끔 차로 옛 우리 건물과 그 아파트 사이 도로를 지날 때면 아직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그들끼리 짖고 짖었다. 당시에는 모든 짖음과 울음이 모두 우리 때문인 것만 같았다. 외부 사람들의 시선은 절반 이하였다. 우리는 늘 내부적 갈등을 품고 있었다. 은심이는 옥상의 에폭시 바닥 탓인지 그 단단한 발바닥 가죽이 벗겨지는 피부병을 앓았다. 오래도록 치료해야 했다. 은심이가 흙바닥에 살았다면 그런 병은 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앞으로도 동물들과 함께 해야 한다면 공동주택에서는 살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은심이를 미워하게 된 까닭은 은심이가 큰 개여서도, 이모가 두고 간 개여서도 아니었다.
은심이가 꼴매를 옥상에서 떨어트렸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 사진 속 고양이는 나중에 이야기할 까미라는 고양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