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소설] 너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11

How to kill you, in prison

by 김도영

도경은 모자를 눌러썼다.


"누구...?"


익숙한 말투와 뺨에 일그러진 화상 자국. 그놈과 같은 곳에 있었던 또 한 명의 출소자다.


"맞네. 교도관님. 이곳에서 다 만나고 이 근처에서 사시나 봐요?"


큰소리로 아는 척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 PC방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도경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발 좀 그냥 가라.


"아... 잘살고 있죠? 나는 이제 일어나려는데..."


그때였다. 젠장. 아동 성폭행범. 그놈이 도경의 쪽으로 다가왔다.


"어? 교도관님. 게임하러 왔어요? 킥킥. 공무원이 일 안 하고 뭐해요.

내 세금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하셔야지."


그 출소자 두 놈은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모양이다. 도경은 아차 했다.

출소자들끼리 만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근데 우리끼리 할 일이 좀 있지 않아요? 잠깐 밖으로 좀 나오실까?"


그놈들은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도경을 둘러쌓다. 그때 PC방 종업원이 다가왔다.


"라면 나왔습니다."


도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종업원을 향했을 때를 이용해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둘다 즐겜 해요."


도경은 pc방 계단을 도망치듯 뛰어올라왔다. 이마에 식은땀이 쭉 하고 그의 눈썹에 내려와 스며들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도경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씬# 경찰서


"김도경이 소환해. 당장."


한 경감은 다급하게 이정우 경위의 책상 위에 소환장을 올려놨다. 도경이 따라 들어간 출소자가 독극물에 의해 사망했. 한치운 경감은 의아했다. 최근 들어 그가 검거했던 출소자들이 보호관찰 명령을 어기고 잠적하기 시작했다. 종종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는 상황들이 벌어지긴 했었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사라지긴 처음이었다. 보호관찰관과 지구대 경찰들이 물심양면 발 벗고 그들을 찾아 나섰지만 출소자들은 마치 새벽안개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리고 세간을 들끓게 했던 아동 성폭행범이 마지막으로 사망하자 세상 사람들은 '심판자'가 나타났다며 환호했다. 법의 심판은 국민들의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사람들은 그들이 출소 후에 버젓이 재범을 저지르는 것에 신물이 나고 있었다.

한 경감은 이번 출소자 PC방 독극물 살인사건과 그동안에 출소자 실종사건 간에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라 직감했다. 그리고 도경 앞으로 또 한 번의 참고인 조사 소환장이 발부됐다.



씬# 교도소 상담치료실


한편, 도경이 근무하는 교도소에서 한 수감자가 목을 매달아 사망하는 일이 일어난 후 도경은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PTSD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죽은 사람을 눈앞에서 목격한 경우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 있다. 교도소에서는 그런 상황을 겪은 근무자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했다. 여러 가지 색감의 그림들이 벽에 걸려있는 상담실. 휘어지고 뒤틀린 교도소라는 공간 내부에 있는 상담실이었지만 이 공간만큼은 때 묻지 않은 듯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햐고 있었다. 그때 도경은 상담사 한유라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곱고 아름다웠다. 오뚝한 코, 넓은 이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경청하는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도경은 자신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물론 악인들을 제거하는 일은 제외하고-


"김도경 씨, 앞으로도 상담받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돼요."


도경은 한유라 상담사가 건네준 명함을 받아 든다. 그때 도경은 과거를 회상했다. 괴롭힘 당하던 고등학교 학창 시절. 하루하루가 지옥 같던 그때에도 이런 따뜻한 손길이 도경의 인생에도 닿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일진이라는 학교의 포식자들은 먹잇감을 찾아 나섰고 단지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도경의 일상을 짓밟았다. 도경이 경찰행정학을 선택한 이유에는 그 지옥 같은 시간이 한몫했음은 분명했다.

도경은 한유라에게 식사 신청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다. 도경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무죄로 풀려난 그 살인마. 법은 그에게 자유를 선물해줬지만 그놈은 그 자유에 목이 감겨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처참한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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