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소설] 너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5

How to kill you, in prison

by 김도영

씬# 교도소 담당실


도경은 그의 개인정보의 접근할 수 있었다. 그가 출소 후 어디로 돌아가는지 또 어떤 일을 시작할 건지. 부모님의 주소는 어디인지, 가족들의 핸드폰 번호 등등 많은 정보가 인적사항에 기재되어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인적사항에 접근할 수 있는 열람권한이 도경에겐 있었다. 경은 전산 시스템에 아이디를 치고 로그인을 했다. 그리고 그를 24시간 지켜보면서 그가 어떤 취향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TV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지등의 개인적인 사항들도 순찰 중에 엿들을 수 있었다. 도경은 정보를 수집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출소는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온 도경은 침대에 뛰어들듯 몸을 날렸다. 그리고 화장실에 쌓아놓은 염산, 락스, 청테이프, 칼, 톱 등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것들은 그 몸캠 피싱범에게 사용할 도구들은 아니었다. 계획의 수정이 필요했다. 그 몸캠 피싱범을 어떻게 살해할 것인가. 도경은 전산시스템에 올라와있는 그의 전화번호와 그의 가족들의 전화번호를 SNS에 입력했다. 그러자 수백 개의 사진들이 노트북 화면 위에 띄어졌다. 그와 그의 가족들이 찍은 사진들. 그는 마치 평범한 우리 이웃들처럼 이 사회의 속에서 섞여 살아가고 있었다. 보호색을 두르고. 하지만 그는 한 달 후,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회복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반성하지 않는 그에게, 법의 처벌은 그 길을 잃어버렸다. 도경은 그에게 처벌을 가할 것이다.


죽은 그 피해자를 대신해서-




씬# 경찰서 한치운 경감 사무실


한치운 경감은 며칠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자신이 검거해 구속시킨 그 연쇄 살인마, 그가 항소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저 이 항소심은 형식적인 재판이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살인마의 변호인은 경찰의 수사과정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물고 늘어졌다. 한 경감은 그가 연쇄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한다라는 진술만 반복하는 그에겐 그 어떤 알리바이도 존재하지 않았고 주변 CCTV에 그가 이 집 저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다니는 것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검거 당시 그는 누군가와 몸싸움을 한듯한 흔적들이 팔과 목 이곳저곳에 멍으로 남아있었다. 결정적으로 그의 DNA가 2명의 피해자의 손톱에서 발견됐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을 때, 한 경감은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다. 담당 부검의는 이 2명의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복부 자상에 의한 과다출혈'로 결론 내렸다. 똑같은 범행수법, 똑같은 피해부위, 그리고 피해자의 가족을 기절시키고 절단해 가져 간 신체의 일부. 그동안 그가 해온 수사기법대로라면 그를 범인으로 특정 짔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 경감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왔다.


"경감님, 지방검찰청 김한위 수사관입니다."


"혹시 또 그 연쇄살인마에 관련된 건인 가요?"


벌써 며칠째 검찰청에서 전화가 왔다. 살인범이 처음 검거되고 검찰로 넘어갔을 때는 경찰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고, 심지어 경찰 신분도 밝히지 않아서 채무를 받으러 온 빚쟁이들인 줄 알고 도망쳤다고 한다. 그 살인범은 기소된 첫날부터 이 부분을 물고 늘어졌다.


"이번엔 또 무슨 변명을 하던 가요? 그놈."


"사실 지금 이 정도 증거만으로는 항소심에서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네? 피해자의 DNA가 그 사람의 손톱에서 발견되었는데도요?"


"잠시만요. 검사님이 바꿔달라시네요."


DNA 수사기법은 99.9999%의 일치율을 자랑하는 과학 수사 기법이다. 최근 대부분의 범죄 수사 현장에 도입되었고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미제 사건도 이 DNA의 수사기법으로 수사 재개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도 했다.


"지방검찰청 이지현 검사입니다. 한치운 경감님 되시나요?"


그녀의 목소리를 상당히 젊어 보였다. 많아봐야 30대 후반? 하지만 그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깐깐함이 느껴졌다. 한치운 경감은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전화를 받았다.


"네. 검사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얘기 전해 들었습니다. 근데 이해가 안 가는 게 DNA가 일치하는데 어떻게..."


"DNA가 불일치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문제는 재판부에서 DNA가 일치하는 것만으로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눈치예요."


검사의 말은 한 경감의 힘을 쭉 빼게 만들었다. 피해자의 집 주변을 서성이는 CCTV 확보했고, 피해자 손톱에 그 살인마의 DNA까지 검출된 상황에서 어떤 증거가 더 필요한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피고인은 그 2명의 피해자와 같은 교회에 다니고 있었나 봐요. 그런데 피고인과 피해자들 간에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요. 1심에서 증인으로 나온 같은 교회 신도가 그들이 싸우는 걸 목격했다고 증언했어요."


"그러면 오히려 더 범행 동기가 확실해지는 거 아닙니까? 적대관계라는 뜻인데, 그래서 그 피해자들을 찾아가 살해하지 않았을까요?"


원한관계는 살인사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살해 동기였다. 많은 사람들은 살인사건 하면 묻지 마 살인을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살인사건의 대부분은 이렇게 아는 사람의 원한관계에서 발생하곤 한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하지만 피고인 측 변호인이 주장하는 것은 결정적인 증거가 된 그 손톱의 DNA.

그 DNA는 사실 가벼운 몸싸움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그러니깐 피해자의 DNA는 교회에서 말다툼 끝에 가벼운 몸싸움으로 이어졌을 때 손톱 밑에 생겨난 것이고, 자신이 그 집에 침입해 살인을 벌인 것은 아니다. 바로 그렇게 주장을 하고 있어요."


검사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1심에서 증언한 증인이 그 세 명이서 가벼운 몸싸움을 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봤다고 증언했고요."


"그럼 그놈이 피해자 집 주변을 서성인 것이 CCTV에 찍혀있는 것은요? 심지어 문을 두드리고 현관문 손잡이를 흔드는 것까지 생생하게 찍혀있잖아요."


한경 감은 CCTV에 찍힌 그의 동선을 정황 증거로 제출했다.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범행대상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피해자의 집에 침입을 시도하려는 행위가 분명했다.


"그게 사실 주거침입을 하려는 시도일 뿐이라서, 직접증거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실제 살인이 일어났다고 추정한 시간과도 상당히 차이가 있고요. 피고인은 교회에서 싸운 것에 분이 덜 풀려서 집에 찾아갔다고 해요. 하지만 CCTV에 그가 문이 잠겨있는 걸 확인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찍힌 것이 오히려 피고인 측에서 집 내부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증거가 된 상황이에요."


형사소송법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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