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처리방법은 생각외로 간단했다. 이곳은 한적한 시골이었다. 도경은 그의 사체를 임대받은 집 바로 뒷산으로 100미터쯤 올라가 묻어버렸다. 5미터정도의 땅을 파는 일은 고됬지만 이상하게 사람을 죽인 후에 도경의 아드레날린은 활발하게 분비됐다. 왠지 모를 흥분감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땅을 팠다. 깊게, 더 깊게.
그렇게 도경은 처음으로 출소자를 죽였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실에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고 눈을 감으니 그를 살해했던 장면들이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그의 체모, 근육의 움직임, 피부의 미끈거림. 도경은 살해순간의 행동을 머리속으로 복기하며 침대에 누웠다. 악인을 살해해서 그런걸까? 세상의 쓰레기를 하나 없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청량했다. 그리고 오늘의 이 행위는 이번 한번만으로 끝날거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를 살해한 현장에 락스를 뿌리고 혈흔과 살점을 치우는 작업에 돌입했다. 다시 몸에 땀이 차기 시작했고 다음부터는 현장정리까지 다 끝마치고서 샤워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였다.
"김도경씨, 김도경씨."
순간 심장이 배꼽까지 쿵 하고 내려앉았다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누구지?이곳은 도경의 주 거주지가 아니다. 두달간 임대받은 임시거쳐라고 할 수 있다. 이 곳의 주소를 아는 사람은 이곳을 안내해준 부동산 중계업자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의 이름을 호명했다는것은...누군가 시체처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했을까? 도경은는 한손에 망치를 들고 현관문 앞에 다가섰다.
"..."
밖을 내다볼수 있는 현관문 유리구멍에 눈을 가져다 댔다. 건장한 사내 2명. 그들은 도경이 아는 사람이었다. 엄마가 살해당했을때 마주한 그 경찰관들, 바로 한치운경감과 이정우 경위였다. 도경은 오른손에 든 망치를 더욱 쎄게 움켜쥐었다.
"누구세요?"
"경찰입니다. 문좀 열어주세요."
어떻게 이곳을 안거지? 누가 신고했나?
"무슨일이신데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저어 놨다.
"살인사건때문에 왔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살인사건...이 아지트를 버리고 도망갈순없었다. 이곳엔 살해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있었다. 그리고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혈흔과 DNA를 찾는건 식은죽먹기였다. 도경은 일단 이들을 맞이하기로 마음먹었다. 태연하게 반응하자.
철컥.
"김도경씨. 잠깐 저희 경찰서로 같이 좀 가주셔야겠습니다."
씬# 법원과 검사실
"검사 의견 진술하세요."
법복을 입은 부장판사가 검사를 바라봤다. 부녀자2명을 연달아 살해한 그 연쇄살인범의 항소심 재판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이지현 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에 입을 대고 또랑또랑 목소리를 내보냈다.
"피고인은 같은 수법으로 2명의 피해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범행을 부정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여주시고,
원심판결과 같은 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진술을 마친 이지현 검사는 피고인을 바라보며 자리에 착석했다. 1심판결, 원심구형은 무기징역이였다.
"변호인 최종의견 진술하세요."
그 살인마 옆에 앉아있던 변호사가 빨간 넥타이를 고쳐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살인죄로 기소한 검찰의 주장에는 앞뒤가 안맞는 부분이 많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교회에서 만난 사이로써, 평소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던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피고인은 교회 예배당에서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났을때 피해자들에게 뺨을 폭행당했습니다. 검사가 주장하는 DNA증거는 그때 방어의 흔적으로 생겨난것이지,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집 내부에 들어간적도 없습니다. 그건 검사가 제출한 CCTV에도 고스란히 찍혀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변호사 손목에 채워져있던 로렉스가 눈에 띄었다.
"....."
이지현검사는 변호인을 노려봤다.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려는 가증스러운 행동들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살인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었다.
결심 재판이 끝나고 검사실로 들어오는 이지현검사의 높은 구두소리에 성이 나있었다. 그녀는 재판서류를 책상에 탁 내려놓으며 앞에있는 검찰 수사관들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부터 다들 집에 갈 생각 하지 마세요."
다행스럽게도 선고기일은 넉넉히 지정됐다. 선고때까지 형을 확정시킬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