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50만원으로 7박 8일 제주여행-3
여유를 찾아서
제주는 장마답게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바람이 바닷물을 끌어모아 상공에 흩뿌리듯 드넓게 솔솔 내리고 있다. 강하지만 부드러운 바람과 함께.
어제 저녁 호텔 도착 후, 근처 횟집에서 모듬(중)을 포장해왔다. 건너편 편의점에선 고등어 회에 싸먹을 김도 샀다. 중문은 꽤 번화가였다. 맘스터치 네네치킨 파리바게뜨 베스킨 한솥 준코... 없는게 없다.
제주의 정취를 온전히 느끼기엔 신시가지였다.
고등어 회, 갈치 회
처음 먹어보는 고등어 회.
모든 해산물이 익숙하진 않기에 고등어회란,
등푸른 비닐이 느끼하게 물컹거리거나 불쾌한 비린 맛일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도마에 오르는 고등어를 직접 보기 전까진...
팔팔한 고등어를 수조에서 꺼내 익숙한 듯 오픈 된 주방으로 들어가던 직원.
산채로 생을 마감할 고등어에게 좀 잔인하지만,
한 손에 쏙 잡힌 고등어가 온 힘 다해 꼬리까지 파닥이는 모양새가 당황스럽게도 귀여웠다.
똥그란 눈이 똘망똘망 선명하니 싱싱해 보였다.
광어의 펄떡임보다 마음에 들었다.
거부감이 줄었다. '어.. 혹시 맛있지 않을까?'
편견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꼬물거림이 뭐라고.
포장해 온 고등어는 영롱하니 예쁘다.
실제로 고등어회는 하나도 비리지 않았다.
호불호가 없다던 갈치보다 더 맛있었다.
갈치회에 호불호가 없는 이유는 별맛이 없기 때문아닐까. 동행친구는 '갈치구이에서의 갈치맛이 나는 회'였다고 한다. 무슨말인지 잘 못느낀 나는 뭐, 별맛 없었다. 그냥 갈치는 구이가 더 맛있다.
모듬 중(참돔 광어 고등어 갈치) 30.000원 편의점에서 사온 김 외 21,450원
바다가 보이는 카페
다음날,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을(보쌈정식 18,000) 먹고 카페를 찾았다. 비바람을 뚫고 30분을 걸어 커피를 주문했다. 바다를 바라보는 야외가 예쁜 카페였는데 비가 오니 처마 밑 옹기종기 모인 제비처럼 모두 실내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미 비를 꽤 맞고와서 그런지 맞을만한 비라서 실내의 북적임과 웅성이는 시끄러움을 거부하고 밖에 앉았다. 요즘 핫플이라더니 풍경이 예쁘다.
제주 도착 후 보게 된 첫 바다였다.
아메리카노 8.000, 한라스프링 12,000 또다시 비가 내린다 제주바다 비가 멈추자 바다냄새가 실려온다.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사진 몇 장에 추억을 담아간다. 바다는 불안에 지치고 슬픔을 참고, 감정을 억누르고,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에게 쉬었다 가는 법을 알려준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는 높을수록 묘하게 후련하다. 제주소리는 가만히 멍때리기 참 좋다.
그러나 울려퍼지는 카페 음악은 그런 감정에 양념을 쳐주기엔 인위적이고 도시적이라 아쉽다.
비 오는 날을 마주한 여행은 마음속 깊이 남아 오래 머문다.
말고기 정식
중문에는 유명한 말고기 전문 음식점이 있다.
2011년 미슐랭가이드 맛집으로 선정됐음을 알리는 이곳은 주로 화목이 말 잡는 날이었지만 현재는 수요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고 한다.
말고기 정식 2인에 70.000원.
제주여행 계획 중 가장 고가의 음식이었다.
네이버로 예약 후 찾아가면 5% 할인.
한라봉 막걸리 5.000원
그리고.... 말고기 정식 요리의 첫번째 음식.
말 사시미, 말 육회 가장 처음 나온 사시미(엉덩이 살), 육회.(허벅지 살) '말고기를 어떻게 먹어! 먹어보지 않은 음식은 께름칙해. 굳이 왜 말고기를? 걍 먹을 줄 아는거 먹고 살면 되지.' 완강한 거절을 깨부수는 맛이었다.
광장시장 육회는 앞으로 먹지 않을 그런 맛.
제주의 말 육회는 정말이지.. 예술이다.
말 안심살, 말 지방 불판 위에 두 점씩 구우며 겉만 노릇하게 익으면 바로 먹어야했던 안심살과 말 지방.
기름장이나 갈치속젓을 찍어 먹었다.
소고기보다 10배 더 맛있다.
상상이상으로 굉장히 부드러웠고, 사장님이 이것은 불포화지방으로 막힌 혈관을 뚫어준다 설명주신 말 지방은 대창처럼 사르르 녹았다.
반찬인 돌미역도 맛있었고 밥도 잘 지어졌다.
식사를 끝내면 배부르지만 더부룩함이 전혀 없다.
소고기, 육회, 대창 좋아한다면, 먹을 줄 안다면?
제주에서는 반드시 말고기를 드셔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