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하는 글쓰기의 훌륭한 예

미친년 글쓰기

by 주부맥가이버

2010. 2. 15. 1:46에 제가 블로그에 올린 책 박미라의 "치유하는 글쓰기"의 서평을 첨부해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쓰인 글입니다. 결혼을 하기 전이었고 열심히 서평을 써서 올리던 때였습니다.

글쓰기는 분명 치유의 효과가 있다. 내 주장이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혹은 개인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으며, 박미라도 여러 가지 방법 중 자신이 실제 경험하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 책에서 소개해주고 있다. 특히 그중의 미친년 글쓰기가 참 맘에 들었다. 어감이 좋진 않지만 뭔가 자유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박미라도 그것을 우려하여 말하기를 미친년을 우리가 생각하는 머리에 꽃 꽂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여인으로 상상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을 미친 듯이 표현해볼 수 있는 것, 그 누구의 방해와 감시에도 아랑곳없이 표현해 볼 수 있는 것, 심지어 자신의 검열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있는 글쓰기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박미라가 말하는 글쓰기는 법칙에 맞추거나 잘 쓰고 보여주기 위한 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글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가를 글쓰기 치유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통해 많이 보아왔고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이러한 경험을 해보기를 조언하고 있는 것이다.

- 그때 '치유하는 글쓰기' 서평 중 일부 발췌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예전 저의 서평을 제가 요즘 보아주고 있습니다. 과거에 썼던 글이라 부족한 것이 많지만(물론 지금도 그러하겠지만) 10년이 지난 제 과거의 생각과 마주치는 일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고 쓴 서평에 미친년 글쓰기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감이 좀 거시기하지만 자기 자신과의 찐 만남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이 쓴 글을 읽어보면 그 사람과 만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글에서 그 사람의 향기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두 달 전에는 집콕만 하며 육아를 하는 40대 아줌마가 대체 어떤 글을 쓸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습니다. 하루를 보내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것을 보노라면 '아! 오늘도 뭔가 하나 글을 써야 하는데'라며 글감을 찾기가 바빴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쓰고 싶은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실제 나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었지마는 없던 글감이 생긴 것 같아 신기한 일이었지요.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은 이혼녀에 가난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해리포터를 쓰기 시작했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인간의 머릿속에서, 그것도 삶이 평탄치 못했던 이혼녀의 생활 속에서 이렇게 멋진 상상의 세계가 펼쳐진 것인지 또한 매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미친년 글쓰기가 아니고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미친년 글쓰기. 저는 아직 그 경지에 도달하진 못하였지만 그간 써왔던 나만의 글쓰기는 기억력이 늘 좋지 못했던 나에게 번뜩이는 기억을 안겨다 주기도 했고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이 나를 쓴다고 할 만큼 이야기가 술술술 적혔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썼던 글쓰기는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녔습니다. 그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적은 것이었지요.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누군가 읽어보고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긴 했었지만요.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을 미친 듯이 표현해볼 수 있는 것, 그 누구의 방해와 감시에도 아랑곳없이 표현해 볼 수 있는 것, 심지어 자신의 검열에서조차 자유로울 수 있는 글쓰기. 이게 요즘 제가 블로그에 쓴 글쓰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자신의 검열에서조차 자유로운 글쓰기는 아직 아닌 것 같지만 상품 리뷰에 맛집 다녀온 것조차 나의 감정을 미친 듯이 표현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모두 진심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치유되었나라고 묻는다면 원헌드레드 퍼센트 그렇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제가 봐도 제가 좀 달라졌거든요. 오겡끼데스까~~~라고 물으면 하이!라고 답하듯이 치유되었습니까~~~라고 물으면 그럼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웃분들 답방을 다니면서도 많이 느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면서 다 치유받고 계시다는 것을요.

우리 몸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물론 약의 도움을 받거나 반드시 약이 필요한 병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늘 달고 사는 감기조차도 우린 약으로 치유한다기보다는 약을 도움을 받아 우리 스스로가 이겨내고 치유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듯이 단단할 것만 같고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도 치유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 우리는 뭔가 방법을 찾아 치유해줘야만 하고요.

인생을 좀 살아 봤다 하시는 분들은 분명 자기만의 멋진 치유법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흠.. 저는 잘 몰랐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이 치유받았고, 용기 내서 받은 1년간의 심리상담에서도 많은 치유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브런치라는 공간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저는 또 제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제 마음속의 앙금을 하나하나 꺼내어 글자 하나하나를 수세미 삼아 박박 닦아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 치유받고 있나 봐요. 여기서.


*대문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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