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그 오묘한 관계에 대하여

미친년 글쓰기

by 주부맥가이버


세상엔 남자와 여자가 있습니다. 이렇게만 본다고 하면 굉장히 편협한 시각이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남과 여가 없다면 어쩌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서른 살이 되고 심리적 방황을 하면서 심리학에 심취했을 때 만난 사이버대학 여자동기가 있었습니다. 저하고 동갑이었는데 알고보니 사는 동네가 가까웠었죠. 서로 가까워지면서 술도 한잔하고 인생 얘기를 하다가 남자문제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이가 꽉 찼으면서 심리학에 심취한 두 여자. 흠... 남자를 잘 못 만난다는 말과도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따로 공부모임을 했었는데 손 붙잡고 많은 특강을 함께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때 들은 강의 중에 재밌는 강의가 있었는데, 특강의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행복한 이성교제하는 법인가. 즉 연애를 잘하는 법에 대한 강의였죠. 사실 연애라는 것이 책으로 배워서 하는 것은 아닌데 서로 얘기를 나누다보니 연애하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 그럼 배우러다니자라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KakaoTalk_20211127_030225601.jpg 이 책이 아직도 집에 있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그 친구와 '무한의 노멀로그'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고 급기야 운영자가 발행한 책까지 사서 서로 줄치며 읽었었는데, 이 책이 아직도 집 책장에 있네요. 찾아보니 사이트도 아직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 도움받긴 받은 거 같은데(어쨋든 결혼했으니까요!)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책 사서 정독하시길요!!!


이 친구는 사귀는 남자가 있었는데 굉장히 힘든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결국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가 헤어지게 됩니다. 저는 5년이 넘게 솔로로 지내며 세상에 널린게 남자인데 왜 나에게 그 중 한명이 없을까 많이 의아해하며 살고 있었고요. 솔로부대탈출매뉴얼이 정말 필요했던 사람들이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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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1289.jpg 솔로이면서 심리학에 심취한 여자...결혼 전이니 꽤나 오래 전입니다.

이러한 맘을 달래기 위해 그 친구와 함께 전 템플스테이라는 것을 처음 체험해봤어요. 가평 쪽에 있는 절이었는데 저는 절에만 가면 그렇게 맘이 편해지다보니 흔쾌히 친구와 함께 떠나보았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며 108배도 하고 명상도 하고 깊은 산 속에서 산책을 했습니다. 1박2일 체험이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 불법강의도 들었어요. 모기가 어찌나 물어대던지... 매일 이렇게 수행하시는 모든 스님들 존경스럽습니다.

SE-32c8b72d-cdbc-431d-89ce-f96988412ae4.jpg 심리학에 심취한 두 여자 ㅎㅎㅎ


마지막 날 오전 우리는 이 절의 주지스님과 함께 차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궁금한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셨지요. 그 때 부부의 인연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공교롭게도 템플스테이를 다녀온 후 이렇게 솔로부대탈출을 염원하던 그 친구와 저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둘 다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저 책 때문인지, 템플스테이 때문인지, 같이 심리학에 심취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서로의 인연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비혼이 높아지는 추세이기도 하고 충분히 존중받아야하는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당시 저도 인간관계, 특히 남과 여가 만나는 인간관계에서 많이 힘들었었고 과연 나는 결혼을 진짜로 윈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 자신에게 수없이 던졌던 때였으니까요. 잘 안되니까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자발적 독신을 꿈꾸기도 했었습니다만, 제 자신에게 질문을 하면 할수록 저는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꼭 아기를 낳아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어떤 조건의 사람이든 소개팅이 있다면 나가서 만나보았고 제가 진짜 못하는 쿨한척, 그것을 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었습니다. 제가 좀 질척거리는 타입입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가끔 자존심이 너무 상해요. 너무나 무던한 남자, 안달복달하는 여자. 딱 그거라서요.


성격이 이렇다보니 전 세상 처음 보는 남자와는 관계의 발전이 항상 어려웠던 것 같았습니다. 관심이 있는데 없는 척하려고 애를 쓰고 상대가 나에게 넘어왔으면 하면서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있는데 관계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암튼 그래서 제가 잘 알고 있고 믿을 수 있는 상대, 즉 남자사람친구에게 접근을 하게 된거죠.

지금의 남편은 저와 중학교 동창이었고 남자사람친구였습니다. 같은 고향출신에 각각 남고와 여고를 다녔지만 고등학교때 같은 외국어학원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남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요. 너무 별로였어서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닌지 10년 쯤 되었을 때 남편이 바로 제가 다니던 회사 건너편에 위치한 회사에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로 그 사실을 알고는 가끔 만나서 밥을...아니 술을 먹었죠. (어쩌면 운명인가! 길 하나 차이를 두고 일을 하고 있었다니.)


그렇게 시작한 만남으로 저희는 연애 6개월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세상 일은 정말 몰라요. 비혼을 꿈꾸며 속으로는 엄청 힘들어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인연이 나타나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결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초고속 결혼, 임신, 출산의 과정을 거치며 제 결혼생활은 이제 10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남과 여가 만나면 수학의 정석처럼 결혼이란 것을 꿈꾸게 됩니다. 지금은 꼭 결혼이 남녀관계의 정답이 아니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쿨한 쪽으로 세상은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쨋든 결혼을 하게 되면 그 관계를 유지하게 위해 남과 여는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제가 친구와 만나서 들었던 행복한 이성교제를 위한 강의의 결론은 '매일 노력하자'였습니다. 연인이든 부부든 간에 처음에 달콤하고 꿀이 떨어지는 만남은 시작에 불과하고 '그 이후로도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았습니다'라는 동화책의 결말은 바로 시작점부터 두 사람이 만들어가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남과 여의 관계뿐아니라 모든 인간관계로 확대적용이 가능하겠지요.


결혼생활을 10년이상해보니 정말 싸울 때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고, 살면 살수록 우리 두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디든 떠나기 너무 힘든 사람이고, 그 사람은 어디든 떠나면 좋다라는 사람이니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는 떠날때는 참 의견충돌이 많이 생깁니다. 흔히 이혼사유로 많이 거론되는 성격차이, 이거 정말 결혼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맞습니다. 그래도 어쨋든 10년 이상 지지고 볶고 살아온 세월을 보니 큰탈없이 지금까지 잘 왔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사람친구가 남편이 되어 살아보니 장녀인 제가 참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오빠를 그렇게 찾았는데 그런 맛은 사실 없습니다. 그냥 친구는 친구죠. 좀 더 가까운 친구요. 앞으로도 기댈 수 있는 오빠는 제 인생에 없겠지만 유쾌상쾌통쾌하게 서로 매일 노력하며 지금처럼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풍파를 함께 이겨내며 매일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남과 여 = 부부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저희 부부포함해서요.

Screenshot 2022-01-26 at 14.02.59.jpg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늘을 날 듯 신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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