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넌 소개팅 나간다는 애가 브라자도 안 차고 어딜 가냐?
어머, 엄마 무슨 소리! 비너스 비비안보다도 비싼 트라이엄프, 정확하게 80 사이즈 B컵을 장착했는데! 이래 봬도 뽕 브라야!
그런데 어찌 그 모양이냐?
뒤척거려도 옆 사람에게 진동도 안 준다던 고가의 에이스침대가 부러울쏘냐
완전 평면 삼성 비스포크 엘지 오브제 올레드 TV가 탐이 날끄나
뛰어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 평야의 안정감
깎아지는 듯한 산골짜기 절벽의 절경
다 가져부렀네 나는
목욕탕 가면 늘 흘깃거렸지
분홍빛 유두와 갓 불어놓은 풍선만큼 빵빵한 젖가슴의 행렬들
같은 황 씨 집안인 고모가 그랬다
얘야, 난 가슴을 척하니 들어 올려 초록색 노란색 이태리 타올로 젖통 밑을 벅벅 밀어보는 것이 소원이란다
고모, 우리는 이번 생에 틀렸어
생기다 만 젖가슴이 머리를 맞대고 애석하기만 하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브라자는 이제 그만할라요
표도 안 나는 젖가슴을 부여잡고
우리는 왜 자꾸 그들에게 옷을 입혀야 합니까
오늘부터 해방의 날 1일
안 하고 다닐 자신은 없으나
하면서 욕할 권리는 있지 않습니까
속옷 서랍장에 사뭇 독립운동가의 비장美가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