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가로축에
발달을 세로축에
경계를 높이로 세운 곳에 살아요
아이들은 도표에 나온 대로
우후죽순처럼 자라지 않는데
숫자의 왕국에서
그들은 나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요
길을 잃은 여자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이는 누굴 따라가고 있나요?
누가 말 좀 해봐요
내 손 안의 욕망이 뭐라 하는지
손바닥은 마치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나를 보고 비웃어요
아이는
달팽이였다가
담쟁이였다가
안간힘을 쓰며
자신의 길을 기어가는데
여자는
가로축을 내달리다
세로축에 올라타요
가도 가도 그저 경계에 서게 되면
손바닥은 뜨건 입김을 내뱉으며
지구처럼 자전을 하고
돌아도 돌아도 다시 경계에 서게 돼요
길을 잃은 손바닥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손 안의 타들어가는 달팽이와 담쟁이는
누구의 등을 타고 기어가고 있나요?
제발, 누가 말 좀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