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체중 보고서

모냥보다는 내실 아닌가

by 주부맥가이버

참 인간으로 태어나 평생을 체중감량에 애쓴다. 중학생이 되고나서부터 식탐이 폭팔적으로 늘고 시골학교이긴 해도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소리를 듣고 책상에 앉아 늘 공부를 열심히 그런지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프림과 설탕이 잔뜩 들어간 커피를 생애 일찌감치 부터 타마시고 달달한 과자에 빠져들어 앉은 자리에서 몇 봉지쯤이야 순삭이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 시절부터 살이 급격하게 찌기 시작하여 대학을 입학하기 전까지 나의 몸무게는 생애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도 통통한 몸매를 유지하다가 직장 다니며 살이 좀 빠졌다. 그래도 중고등시절 집중적으로 살이 찐 하체는 좀처럼 날씬해지지 않았는데 그건 마치 숙명인양 굳건하게 늘 그 자태로 변함없이 내게 있어주었다. 평생 한번 늘씬한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를 가져보는게 세계 평화보다도 나에게는 시급한 소원이었다. 하지만 알지 않는가. 그런 간절한 바람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과 그래서 늘 더욱 깊게 간절해진다는 것.


30대 초반 여드름성 피부에 피부염이 더해져 정말 최악의 한해를 보낸 적이 있었다. 양약을 먹어도 좀처럼 효과가 없었고 급기야는 한약을 먹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피부염으로 나름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가서 거금을 주고 약을 몇 달치를 먹어보았으나 차도는 거의 없었다. 다만, 한의사가 강력히 권고하는 대로 식단조절(이 세상에서 거의 먹을 만한 것이 없는 상태의 식단 조절)을 해보았으나 피부가 좋아지진 않고 체중감량만 8키로 가까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는 정말 아무 바지나 입어도 옷이 순풍 순풍 들어가는 경이로움을 맛보았지만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내 기분이나 몸 상태는 되레 엉망이지 않았나 싶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난 단 한 번도 식단관리를 해본 적이 없다. 그때의 스트레스가 엄청났던 결과인 듯하다. 평생 다이어트도 안 해봤다. 먹고 싶은 것을 늘 먹고 살았다. 헌데 결혼하고 일하며 육아에 살림까지 하다 보니 잘 먹다가도 늘 소화불량에 시달렸고 툭하면 체해서 몇 주간 입맛이 없었던 적도 부지기수였다. 그렇다보니 저절로 체중조절이 되어 크게 살찌는 일 없이 결혼 10년을 지나왔다.


허나 문제는 늦둥이 임신과 출산이었다. 일도 관두었겠다, 노산으로 몸을 사렸던 나는 임심 중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었다. 20키로 정도 찌운 뒤에야 출산 가방을 싸서 병원으로 애를 낳으러 갔었다. 그리 자신만만하게 먹고 마셨던 이유는 첫째 출산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때는(물론 일을 하고 있어서였겠지만) 똑같이 20키로가 쪘었어도 출산 후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덴 몇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는 완전히 달랐다. 출산을 하고 1박 2일 만에 집에 왔는데 당최 배가 들어가질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살이라기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배가 많이 나와 있었다. 흡사 임신 8개월 정도의 배 크기였다. 가만, 의사가 태반을 안 빼고 출산을 마친 게 아니던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의문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보름 후에 오라던 병원 진료를 일주일 앞당겨 찾아가 의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배에서 뭘 덜 빼내신 게 아닐까요? 3키로가 넘는 애가 나왔는데도 배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였다. 검진 결과 아무런 이상은 없었다. 행스럽게 배는 아주 천천히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딱 절반만.


그로부터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 중 코로나 시대로 2년은 거의 집에만 머물렀다. 코로나가 시작된 그 해 1월 설 연휴에 시작된 1명의 확진자가 하루 만 명을 넘는 지경까지 지나며 이젠 코로나가 물러가는가 싶은 때가 되었다. 이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내게 남겨진 삶의 업적은 단연코 과체중이다. 집에만 머물며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정녕 힘겨웠다. 기운이 딸리면 막걸리 한잔을 양은잔에 따라 야무지게 마시고 기름진 음식을 마구 먹어댔다. 그나마 모유수유를 한 2년을 빼면 그리 한지는 이제 1년 남짓이다. 이렇게 먹고 싶은 대로 먹으니 나름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얻어진 나의 굳건한 살들. 이제 어찌 빼버릴지 방법조차 잃어버린 나의 지방덩어리가 아우성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있다. 과체중이 되고 나서 내게 생긴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내내 유지했던 몸무게 상태에서 난 늘 면역질환에 시달렸다. 감기가 걸렸다하면 2주에서 한달이고, 환절기와 계절에 상관없이 내게 들러붙는 게 그 지긋지긋한 감기였다. 독감은 어떠랴. 우리 큰 애 학교에 독감이 한번 돈다 치면 어김없이 큰 애는 독감을 달고 집으로 왔고 고열에 시달리는 애를 밤새 닦아주다 보면 어느 새 난 독감에 감염되어버렸다. 내리 3년을 독감에 시달렸고 두 번을 입원했다. 참으로 징글징글했다.


그 이상한 점이란 건 과체중이 되고 난 후의 나의 몸 상태이다. 코로나로 집콕을 해서이기도 하지만 지난 3년간 감기 한번을 걸리지 않은 것 하며, 우리집 세 남자들이 고열에 기침에 모두들 자리 깔고 쪼로로 누워 코로나로 앓고 있는 중에도 난 거의 무증상에 가까운 코로나 확진자였었다. 저질 면역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내게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독감이야 당연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과체중이 내게 딱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미쉐린 타어어 모델처럼 올록볼록해진 몸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오긴 해도 되레 건강해진 것 아닌가 하는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둘째 아이 출산 전에도 난 늘 내 자신을 과체중이라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거기서 체중이 엄청 늘어난 지금은 그때로 돌아가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 이리 건강해진 것 같은 나의 몸 상태를 보면 어쩜 내가 과체중이라 여기는 지금의 체중이 정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실로 감기를 달고 살고 툭하면 소화불량에 시달렸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자주 괴로웠고 성가셨다. 지금은 살이 찌긴 했어도 참 몸이 평안하다고 느낀다. 체중이 불어나 입었던 바지가 죄다 맞지 않는 걸 제외하면 커다란 불편감은 없다. 아, 요가할 때 입는 요가복을 입으면 숨을 편하게 쉴 수 없다는 불편감도 있다. 하지만 난 대한민국 아줌마 아닌가. 사실 그리 많이 창피하지도 않다. 지금 과체중의 몸무게에서 과연 얼마큼이나 체중감량을 할 수 있을까. 툭하면 체하던 체기도 사라지고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니 참 안 먹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삼시세끼 안 먹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고 평생을 살아서 더 그렇다. 밥을 안 먹으면 포악해지기까지 한다. 체중감량... 쉽지 않은 길이다.


과연 과체중의 기준이 무엇인가? 누적된 수많은 데이터로 나온 수치이긴 하나 개별 인간 하나 하나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객관적으로 과체중인 나이지만 주관적으로 나는 평안하다고 느낀다. 굳이 살을 빼야할까라는 얄팍한 잔머리까지 굴리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건강해진 이유가 꼭 과체중에서 비롯된 것인지 증명할 길도 없다. 그래서 꼭 한번 다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가 입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언젠가 그럴 날을 꿈꾸며 우선 과체중인 현재의 나를 맘껏 즐겨본다. 모냥보다는 내실 아닌가. 넉넉해 보이는 대한민국 아줌마로서 뚠뚠한 몸매만큼이나 내게 풍기는 아우라 까지도 풍성해지길 바라본다.



대문사진 © madartzgraphics,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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