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지 않아
장사꾼의 꼼수에 혀를 내두르지
알을 싸고 있는 총천연의 옷들이 말해
내가 1등급이야
내가 왕이야
난 유황을 먹었다니까
어머 얘 난 목초를 먹었어
하지만 어디에도 옷에
난각번호는 쓰여있질 않아
귀한 것들 먹고 탄생한 반질반질한 것들은
초록색 이름을 거들먹거리며 자랑들을 해
집에 모셔와 옷을 벗겨보니
웬일이니
초록색으로 적힌 난각번호 4번
촘촘하게 짜인 철창 안의 닭들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알을 낳아
모양은 같을지 몰라도
걔들은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몰라
거봐 번호도 1번 아니고
4번이라니까
걔들은 구원받아야만 해
최소한 풀밭은 아니더라도
비닐하우스 안은 되어야지
정신건강이 신체건강을
좌우하는 거야
닭들을 구출해야만 해
난각번호 4번을 사 먹지 말자
그러면 걔들은 풀밭에서 태어날지도 몰라
같이 사는 남자가 아무리 돈지랄이라 해도
난 꼭 난각번호 1번을 데려와
알이 다 똑같은 알이지
번호가 무슨 대수냐고 하지
그래도 난
꼭 풀밭에서 자란 애들을 데려와
그게 꼭
닭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같아서
절대 장사꾼의 술수에 넘어가지 마
닭들의 눈물로 쓰인
난각번호 4번을 결코 잊지 마
우리는 행복한 알을 먹어야 해난각번호 1번을 꼭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