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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맥가이버 Oct 06. 2023

[시] 소파

84제곱미터 한구석에 놓인

네모난 세상


바다에 표류하는 작은 배처럼

둥둥 떠 모든 이의 격정을 떠받치는 곳


남자는 여자와 전투를 끝내면

그곳에 등을 돌리고 눕는다

세상이 그를 달달 볶으면

그곳에 온몸을 파묻고 눈을 감는다


여자는 84제곱미터를

새처럼 종종걸음 하다가

그곳에 엉덩이 한번 붙일 새 없이

하루가 저문다


모든 이는 

너른 84제곱미터를 두고

그곳에 몸을 싣는다


출바아아알

우리는 신기루로 떠난다

모든 이의 욕망이 그곳에 실린다

까알까알까알

우리는 모처럼 입을 맞춰 웃는다


네모난 곳은 

푹 꺼지고 닳아빠져도

우리는 미지의 세계로

항해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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