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에서 3주를 지내며 만족했던 숙소와 숙소 위치를 추천하고 그곳에서 맛있게 먹었던 식당들을 소개한다.
브리즈번에서의 행복도가 후반으로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한 데에는 숙소의 영향이 컸다.
첫 숙소는 시내에서 버스로 약 20분 떨어진 작은 빌라단지였다. 거실이 넓고 방이 따로 있었으며, 널찍한 테라스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집 전체를 쓰는 데 일 평균 비용은 17만 원 선이었다.
지도에서 숙소 위치를 확인했을 땐, 시내와 가까워 지내는 데에 불편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브리즈번에는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도 상점이 거의 없어 차 없이 생활하기엔 불편한 곳들이 많다. 첫 숙소가 딱 그런 곳이었다. 다행히 숙소 앞 버스정류장에 두 대의 버스가 오갔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한 번 놓치면 15~20분씩 기다려야 했다. 동네는 조용했지만, 생활 편의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숙소 후보지를 에어비앤비에 저장해 두고, 직접 답사를 가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엔 무조건 시티와 가까운 곳이 기준이었다.
참고로 우리 부부는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숙소를 한 달씩 예약하지 않는다. 1주일~열흘만 예약하고, 실제로 살아본 뒤 연장 혹은 이동을 결정한다. 28박 이상 예약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지만,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비용을 더 쓰더라도 불행을 피하는 쪽이 나았다.
두 번째 숙소는 브리즈번 시티의 가장 핫한 거리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중심가 소음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면서 카페, 레스토랑, 대형 슈퍼 등 편의시설은 완벽하게 누릴 수 있는 위치였다. 이곳은 호스트와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신축급 콘도임에도 일 15만 원 대로 비용이 낮아졌다.
건물의 1층 로비부터 모던하고 럭셔리한 분위기를 풍겼고, 집 안은 필요한 가구와 집기가 잘 구비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깨끗했다.
호스트는 40대로 보이는 친절한 여성 분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가 지내는 기간 동안 거의 집에 들어오질 않으셨다. 체크인 때 잠시 뵙고, 중간에 한 번 들르신 뒤 짐을 챙겨 바로 다시 나가셨다. 덕분에 방 한 칸만 빌렸는데 집 전체를 쓰는 기분이었다.
콘도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브리즈번 강변 산책로가 이어져 산책이나 러닝을 하기에도 더없이 좋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열거한 장점들을 능가하는, 숙소 최대 자랑은 40층 옥상 수영장이었다.
밤이 되면 수영장 벤치에 앉아 브리즈번 야경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루틴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도시의 불빛이 우주의 별처럼 반짝였다. 강변 다리를 화려하게 장식한 조명과 불빛이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 곳이 마구 간질거렸다.
'나 잘 살았고, 잘 살고 있네.'
스스로를 토닥였다.
* 제가 묵었던 숙소는 아파트와 호텔이 같이 운영되는 건물이며, 호텔 가격은 아래 구글맵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를 예약했습니다.
https://maps.app.goo.gl/ys7aUrrDB1z7bHyH6?g_st=ac
단점을 꼽자면 길가에 있어 밤에 차소리가 들리는 편이다. 그러나 잠귀 밝은 남편도 곧 적응했던 걸 보면 대부분은 견딜만한 소음이라 생각한다.
다시 브리즈번에 간다면 나는 또 이곳에 묵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 숙소였다.
차를 렌트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브리즈번 시티' 근처나 '사우스뱅크' 쪽을 추천한다. 차가 있다면 외곽에서 저렴한 숙소를 빌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현지인 한 분은 내게 'Fortitude Valley' 쪽은 피하라고 조언하였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 본 바로는, 낮이라 그런지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브리즈번의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낡았고, 차이나타운이 있어 울긋불긋한 간판들이 눈에 띄어 분위기가 사뭇 다르긴 했다.
호주에서 한 달을 있었으나 기억에 남는 맛집이 많지 않다. 짠맛에 대한 기준이 한국보다 높아, 심심한 간을 좋아하는 내게 대부분의 음식이 너무 짰다. 그래도 브리즈번에서 방문한 곳 중 괜찮았던 식당 몇 곳을 소개한다.
라틴 음식점. 'BBQ platter picada(AU$38.00)'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사진의 비프스테이크가 연하고 신선해 '한번 더 올 곳'으로 찜해두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 재방문을 못했다. 강가의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은 스테이크보다 이곳의 고기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업시간이 특이하니 필히 확인하고 방문하세요~
https://maps.app.goo.gl/sMrZNFq83bFExKUu7?g_st=ac
프랑스식 베이커리. 시그니처 샌드위치인 치킨 치아바타를 먹었는데 맛있어, 다음 날 남편과 함께 재방문하였다. 큰 나무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먹을 수 있는 분위기가 여유로웠고, 직원들이 매우 친절했다. 샌드위치를 데워달라고 말씀드리면, 바삭하고 따뜻한 바게트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은 기억나지 않으나, 일반 카페에 비해 값은 저렴한데 맛은 더 좋았던 기억이 뚜렷하다.
https://maps.app.goo.gl/HsZuSEfdgg7aDsFh7?g_st=ac
한식당. 예전에는 '왜 해외에 나가 굳이 비싼 돈 주고, 맛도 제대로 못 내는 한식당을 찾지?' 의아했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한식을 사랑하는 남편을 두었기도 하고, 나도 이제 한식을 먹어야 속이 편한 나이가 되어서다. 브리즈번의 더운 날씨에 하루는 냉면 생각이 간절했다. 검색해 보고 찾아간 곳이었는데, 이곳은 한국의 맛을 제대로 내는 한식당이었다.
호주 워홀러로 보이는 한국 청년들이 정신없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내년에 호주 워홀을 생각 중이라는 대학생 조카가 떠올라, 직원이 서빙 쟁반을 들고 오면 내가 반찬 그릇을 다 내리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따뜻한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고 싶었으나 혹시 불편할까 봐 얌전히 먹고만 나왔다.
https://maps.app.goo.gl/mxpgxMW8vigSV2Tm9?g_st=ac
돌아보면 브리즈번에서의 시간은 '잘 살았다'와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을 건네준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일까, 언젠가 다시 그 옥상 수영장에서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오늘의 나를 잘 살았다고 칭찬하며 토닥여주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