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쯤은 뉴질랜드로

오클랜드 가볼 만한 곳

by 윤슬

1. 말이 뛰노는 버스정류장


오클랜드의 숙소 인근 사거리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정류장 바로 뒤편엔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어느 날 그곳에서 말을 타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 풀밭 그리고 갈색 말 한 마리. 머리칼을 휘날리며 말을 타는 여성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모습이 숲도 산도 아닌 뉴질랜드 최대 도시의 4차선 도로 바로 뒤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라니, 놀랍고 신기했다.


우리 부부는 그날의 계획을 접고, 버스 정류장 뒤로 이어진 초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원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말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는 넓은 부지가 나왔다. 왼쪽 저 멀리엔 바다가 보였다.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휴대폰 프레임 안에 한 번에 넣을 수 없는 각도여서 눈과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았다.

2. 콘월공원, 오클랜드 공원엔 거인의 숲이 있다


며칠 뒤, 시내에서 가까운 콘월공원에 갔다.

'공원이 거기서 거기겠지.' 생각하며 들어섰는데, 들어가자마자 동산에서 양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았다. 말이 뛰 노는 모습을 숙소 오가며 매일 보지만, 도심 공원에서 양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는 듯, 다음엔 나무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큰 나무들이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였으면 보호수로 지정받아 마땅할 정도로 키가 크고 중심줄기가 두꺼운 나무들이었다. 나무가 어찌나 큰 지 옆에 선 사람을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만들었다.


'혹시 여기 거인의 숲이 아닐까?'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공원을 걸었다.

나를 참 작게 만드는 거대 나무

3. 무리와이비치, 가넷 서식지


아침 식사를 하던 중 숙소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오늘 무리와이비치에 가 볼래요? 거긴 대중교통이 없으니 제가 차로 데려다 드릴게요."

눈에 하트를 담아 그녀의 제안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오클랜드에 온 이후 처음으로 도시의 서쪽 끝을 향해 달렸다. 동쪽이 정돈된 관광지 혹은 깔끔한 해변 마을이라면, 서쪽은 날 것이 드러난 자연의 얼굴이었다.

포도밭이 지나가고, 숲이 나오더니 양떼목장이 펼쳐졌다. 목장 옆으로 차가 지나가자 양들이 우리 차와 속도를 맞춰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하는 양과의 달리기 경주가 끝나니, 목적지인 무리와이비치에 도착하였다.


'새를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말만 듣고 정보 없이 그곳에 갔던 나는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멀리서 봤을 땐 하얀 바둑돌처럼 보이던 것들이, 가까이에서 보니 모두 가넷(Gannet_바다새)이었다.

수백 마리(약 1,200쌍)의 새가 일정한 간격으로 둥지를 틀고 앉아 있었다. 앉아있는 새 위로 낮게 비행하는 가넷도 있었다. 날개 길이가 2m에 달하는 커다란 새가 유유히 나는 모습은 장관이었고, 그들이 내는 소리는 장엄하기까지 했다. 자연 다큐멘터리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무리와이 비치는 가넷 서식지로, 매년 8월부터 3월까지 이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호주로 대이동을 한다고 한다. 한 쌍의 새가 한 개의 알을 낳으며 부모 새들이 번갈아가며 둥지를 돌본단다.


비행하던 새가 알을 품고 있는 있는 자신의 짝에게 돌아가 입에 먹이를 넣어주고, 목을 비비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마치 '알 품느라 수고 많아', '당신도 사냥하느라 고생 많았지?' 하며 서로의 수고를 인정하고 응원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오클랜드에 오고 나서 나는 종종 '잠시 멈춤' 상태가 된다.

버스정류장 앞에선 차가 달리는데 뒤에선 말이 달리고,

나무 옆을 지나며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새삼 느끼고,

둥지를 지키는 새들의 터전에선 감히 말소리조차 섞을 수 없어 숨 죽이고 바라만 보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심지어 감탄사조차 꺼내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차릴 때가 있다.

'난 지금 오클랜드를 여행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영상으로 보던 자연 다큐멘터리가 일상이 되는 곳,

인간도 행성의 수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곳,

그래서 '나'는 조금 작아지고 '우리'는 더 커지는 곳.

내게 뉴질랜드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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