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목적지인 강원도로 바로 올라갈까 했지만 늦은 시간의 고속도로 장기 주행이 부담스러워 망설여졌다. 봄과 여름 사이, 목포와 강원 중간쯤 되는 대전에서 보름간 쉬었다 가기로 결정했다.
예전 첫 직장 연구소가 대전에 있어 이곳에 몇 번 와 본 적이 있다. 그때 도시 느낌이 단정하고 평화롭다는 인상을 받아, 언젠가 대전에서 살아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좋을 텐데' 생각한 일이 훗날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 대전 보름살이가 내겐 그랬다.
숙소로 20평대 아파트를 빌렸다. 집은 한 달 살기 여행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깨끗했고, 비품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라는 환경, 청결한 숙소, 푸르른 창밖 뷰에 몸도 마음도 편안해졌다. 대전 여행 키워드는 충전, 휴식, 재정비였기에 아무 데도 안 가고 숙소에서 쉬었다.
암만 그래도, 성심당은 가보려 했는데 어마어마한 웨이팅 글을 보고 놀라 그마저 포기했다.
성심당 대신 동네 작은 빵집에 갔다. 큰 기대 없이 크로와상을 베어 물었다가 ‘진짜 맛있는데! 이게 동네 빵집 수준이라고?!’ 감동했다.
앙버터 크로와상
조금 더 걸어가 약간 규모가 있는 베이커리를 방문했다. ‘이 동네 뭐야? 빵 왜 다 맛있어?’ 한 개만 먹고 그만둘 수가 없어 내일을 위해 남겨둔 것까지 다 먹었다.
치아바타 새우 샌드위치
그렇게 보름 동안 신나게 빵을 먹었고, 대전을 떠날 때는 빵빵한 볼살과 후덕한 뱃살을 가지게 되었다.
대전은 의외로 위험한 동네였다. -_-;
나의 오전 일정에는 청소가 포함된다. 여행 중이라고 다르진 않다. 이번 숙소에서도 습관대로 쓸고 닦고 밀었더니 체크아웃 후 집주인에게 문자가 왔다. 너무 깨끗하게 써 주어 고맙다며 음료 쿠폰을 보내주었다. 알아봐 주신 그의 세심함에 감사했다.
"역시 깨끗한 사람이 깨끗한 것을 알아보네." 웃으며대전살이를 마무리했다.
현지에서 만났던 한 명의 사람이 그 지역의 느낌을 만들기도 하는데, 대전은 빵이 위험할 정도로 맛있고, 사람들은 친절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