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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un 27. 2024

대관령에서 한달살이, 어떨까?

여름 천국, 대관령 예찬

 여름철 한달살이 장소는 강원도이고, 그 첫 번째 장소는 대관령이다.

대관령에서 지내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좋다, 너무 좋다."이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푸르른 거실 창 풍경에 마음을 앗겼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기가 더 좋아지고 있다.


 뭐가 그리 좋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숙소 소파에 앉아 감상하는 산세가 아름답고, 마당의 자작나무 이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이국적이다. 잔디로 놀러 오는 처음 보는 새들과 개구리를 관찰하는 것도 새롭다. 밖을 나설 때면 정겨운 새소리와 폐로 훅 들어오는 산 공기로 인해 내가 깊은 자연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한다.

     

 

밤이 되면 남편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어둑한 곳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별이 점차 선명해진다. 눈이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질 때가 되면 별이 하늘을 빼곡히 채우게 되는데 그 모습이 예쁘고 신기해서 난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팔짝거린다.      


 맑은 날은 하늘과 구름 그리고 산의 조화가 아름답고, 비가 오면 마을이 물안개에 둘러싸여 운치를 더한다.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동서남북 돌아보면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어, 입으로는 감탄을 내뱉고 눈과 손은 사진을 찍느라 바빠진다.     

 

 대관령은 풍경도 아름답지만, 여름철 이곳의 자랑은 무엇보다도 활동하기 좋은 날씨다. 대관령 기온은 서울과 많게는 7~8도, 적게는 3~4도 차이가 난다. 차로 2~3시간 달려왔을 뿐인데 외국에 온 것처럼 체감 온도가 훅 떨어져 신기했다.


 오늘 오후 3시경 숙소 온도는, 동쪽과 남쪽에 커다란 창이 있는 거실 기준 26도이고, 북서쪽에 창을 둔 침실은 23도이다. 창을 열어두면 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를 틀 생각도 안 든다.      

 

저녁이 되면, 긴팔 카디건을 챙겨 나가야 할 정도로 기온이 떨어진다.(추위를 많이 타는 제 경우입니다^^) 잘 때는 창문을 닫고 여름 이불을 덮고 자면 딱 좋다. 대관령에 온 첫날 반 팔 상의와 반바지 잠옷을 입고 자다가 추워서 잠이 깨 얇은 긴팔과 긴 바지 옷을 꺼내 입어야 했다.

     

 몇 해 전 무더위에 지쳐 허덕이던 어느 날, 대관령 관련 영상을 보다가 언젠가 저곳에서 여름을 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그 로망을 실현하게 되었다.     


 마음이 즐겁고 평온하니 이곳에서의 일상도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대관령 바람과 햇살에 빨래만 말려도 낭만 있고, 산속에서 맞는 노을과 그 후 분홍색이 섞이는 하늘을 감상하다가는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생명에 깜빡깜빡 위험 신호가 들어왔던 몇 해 전 그 시간이 떠올랐다.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난 끝이구나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나날들. 치료 과정은 사투를 벌이는 시간이었고, 치료가 끝난 후 7년간 단 하루도 아니 눈뜨고 있는 동안 단 한 시도 통증이 없는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웃으며 버텨냈더니 이런 오늘을 보상받는가. 내가 장해서 스스로의 어깨를 도닥이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화살기도를 드리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굴렀다.      



남편에게 “우리 매해 여름마다 여기 오자.”며 약속을 받아낸다. 혹시 아는가, 지금의 로망이 언젠가 또 현실이 될지.      


하루가 지나가는 게 아까운 대관령 한달살기 중 감상을 전한다.

좋다,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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