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명절은 어떤가요?
우리 집 명절을 떠올리면 이런 풍경들이 있습니다.
명절 연휴 전부터 시장에서 제사 음식은 물론이고 식구들이 먹을 음식까지 챙기는 엄마
큰집인 우리 집에 와서 거실 소파에 누워 리모컨을 까닥거리던 작은 아빠
좁은 부엌에서 퉁탕퉁탕 엄마와 작은 엄마가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
작은 방에 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는 사촌 동생들
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며 답답해하던 나
언제부턴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던 우리 집 명절 풍경이 견디기가 힘들어졌고 2년 전부터 명절에 참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참석을 하지 않게 되는 과정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내가 가족 중에 유난히 예민하고 모난 사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그걸로 명절을 가지 않아도 되었으니 괜찮습니다.
올해 추석은 어땠냐고요?
올해 명절은 여행을 가기보다는 살고 있는 집에서 홀로 보냈습니다. 추석 당일, 전날과 다르게 해가 쨍하게 빛나고 하늘엔 깃털 구름이 떠다녔습니다. 아침엔 간단히 식빵을 버터에 굽고 바질 페스토와 크림치즈는 잼처럼 발라 토마토와 연어를 올렸습니다. 집에 있는 카누로 아이스커피까지 놓으니 웬만한 카페 브런치 세트 같았죠. 평소에 자주 먹긴 하지만, 오늘이 추석이라 스스로도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리기도 했죠.
추석 아침 HAPPY :)
그리고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집 앞 동네를 산책했습니다. 오래된 주공 아파트 단지여서 오래되고 큰 나무가 많고 야산을 낀 산책로가 참 매력적인 곳입니다. 깨끗한 하늘색 하늘에 큰 나무의 잎들이 살랑거리고 그 사이로 햇살이 반짝반짝합니다. 잎사귀의 그림자를 밟으면 천천히 걸었습니다. 짧지만 가을을 온전히 느꼈죠.
그 이후 집에서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을 하다가 노트북을 싸서 카페로 향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씨엔 밖을 나가지 않으면 손해인 거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조금 걸어가면 근처에 2개의 스타벅스가 있는데 어찌나 사람이 가득한지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혼자 또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며 바삐 시간을 보냈습니다.
글을 적다 주위를 돌아보니 가족 단위도 보이고 우리 엄마, 아빠 나이대의 사람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 잠시 시골에서 추석을 보내고 있는 가족이 생각났습니다. '이 사람들과 우리 가족의 차이는 무엇일까' 잠시 궁금해했지만, 이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그만 생각을 접었습니다. 저녁 6시 30분이 넘어서 카페를 나와 천천히 걸어 집으로 갔습니다. 저녁으로는 바질 페스토를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몇 개 보다가 밤이 되어 운동을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명절은 어땠나요? 당신의 명절은 행복한가요?
당신이 겪는 명절이 궁금합니다. 왜냐면 몇 년 전만에도 다 우리 가족처럼 사는 줄 알았거든요. 이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 견디고 살까 싶었는데, 또 집마다 다르더라고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명절의 풍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달랐을 거 같아요. 나든, 엄마든, 누구든.
그래서 굳이 적어보았어요.
명절에 가족을 만나지도 제사를 준비하지도 않고 혼자 평안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럼 모두 해피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