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지 않는 하루>
굳이 말하지 않았던 이유는 말했다가 괜한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다. 어떤 이는 나에게 고기는 안 먹으면서 저번에 새우는 드시지 않았냐고 묻기도 했고, 이전에 친척들과 식사자리에서 작은 아빠는 고기를 왜 안 먹냐며 과거 조선시대 한 왕이 어떤 동물이 불쌍해서 대신 다른 동물을 먹으라고 했다는 사례를 말해 불쾌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당시 내 옆에 앉아있던 아빠가 멋쩍은 이유를 붙이며 대화가 종료되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굳이 말하지 않았던 이유가 또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하면 식사메뉴를 정할 때마다 상대방은 나를 신경 쓰고 나도 그런 상대방이 편하지 않다. 상대방이 혹시 오늘 삼겹살이 너무 먹고 싶은데 나 때문에 못 먹는 건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어딜 가나 고기가 넘쳐나는 곳이라 마땅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내 신념, 가치관으로 선택한 삶을 누군가에게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 않기에 종종 상대방을 위해 같이 고기를 먹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숨기지 않았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면 모두가 고기를 좋아하고 즐겨먹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위기가 시간이 갈수록 답답해졌다. 또 고기를 먹지 않는 하루는 생각보다 다채로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게 은근히 재밌기도 하다. 고기를 먹었던 과거와 비교해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고 또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갑자기 며칠 전부터 이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가득해졌고 이곳에 목 끝까지 찬 이야기를 하나씩 적어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오늘부터 대체로 만족스럽고 자주 화나고 종종 불편하고 어떨 때는 슬픈,
고기를 먹지 않는 하루에 대해 기록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