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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Mar 30. 2020

잠시 다르게 살아보려 해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당연한 것에 질문을 던지다


어릴 때 나는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 내가 평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초중고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평범해지고 싶었다. 평범하게 전공을 살려 누구나 이름을 아는 회사에 들어가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는 것. 이는 마음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고 살아가는 방법은 당연하게 회사를 들어가서 월급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를 오래 다닌다는 건 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로 고민을 토로하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네가 많이 힘들 거야. 근데 다른 회사를 다녀도 똑같아. 다 힘들잖아."


다른 회사도 똑같다면 나는 왜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 모든 결정은 최선이었고, 돌아봐도 후회가 없었다. 그것은 결정을 내리고 나아간 길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지금보다 좋아질 거라 기대하고 행동했다. 근데 다 똑같다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네 번째 회사를 나오고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인지 되물었다.


- 회사를 다녀야만 돈을 벌 수 있나? 

- 회사 밖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혹은 그 이상 회사에 있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 한 달에 200만 원보다 적게 벌어도 만족스러운 하루를 살 수 있지 않을까?

- 이렇게 힘들 거면 내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나는 잠시 다르게 살아보기로 했다. 이 잠시는 지금 생각으로는 올해 6월이지만, 달라질 수도 있다. 잠시 다르게 살아봤는데 영 아니다 싶으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 성실한 일꾼이 될 것이다. 잠시 다르게 살아봤는데 길이 조금 보이는 거 같으면 '잠시'라는 기간을 늘려볼 수도 있다.





나를 정의하기


가장 처음으로 한 것을 나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 건지, 타인에게 나를 어떤 사람으로 소개해야 할지 정의 내려야 했다.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거, 잘하는 거 그리고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나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만드는 사람'


그리고 다소 추상적인 이 문장에 설명을 덧붙였다.


돌아보면 항상 만들고 있었습니다.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고, 겪은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제게 콘텐츠는 세상에게 말하는 도구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이 여전히 많아서 계속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웹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좋아하던 브랜드에서 정규직뿐 아니라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로 영상 콘텐츠 PD를 찾고 있다고 해서 후다닥 만들었다. 영상 레퍼런스를 보여줘야 했기에 바로 확인이 가능한 웹으로 포트폴리오 VER 01을 구성했다. 



(https://mynature1204.wixsite.com/portfolio/)


이 포트폴리오로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까지 봤으니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차근히 글과 영상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나'라는 브랜드 만들기


그다음으로 나를 가지고 브랜딩을 해보고 있다. 개인적으로 운영했던 브런치, 유튜브 그리고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동일한 이미지를 적용시켰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라는 나의 슬로건을 활용해 통일성 있게 수정했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에 주 1회 주기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쌓아 올리고 있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것은 백수인 시절이었다. 브이로그를 즐겨보다가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봐왔던 브이로그 속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운 백수가 아닌 다양한 백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다. 한 잔 커피값을 고민하며 카페도 못 가고 집에서 지원서를 쓰다가 탈락하고 또 구직 사이트를 헤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말하고 싶었다. 스스로 내 유튜브 콘텐츠는 <움직이는 에세이> 라 부르며 그렇게 만들어왔다. 지금도 변치 않는 그 마음으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네 번째 회사를 나온 후 막막한 마음을 담은 콘텐츠>

https://www.youtube.com/watch?v=y-H9uLAYVCg )



<코로나 19와 끔찍한 사건들로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기록한 콘텐츠>

https://www.youtube.com/watch?v=4Wrr9Dr98tE&t=36s )


브런치 계정에도 주 1회 주기로 '잠시 다르게 살기'로 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다르게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당장 눈앞에 어려움을 솔직하게 말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또 만들고 있는지 기록할 예정이다. 훗날 이 글을 보며 내가 이때 이렇게 살았구나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처럼 갈길을 잃어 흔들리는 사람들과도 글로 만나보고 싶다. 


사실 거창하게 나를 브랜딩 한다고 적었지만, 잘 모르겠다. 농부의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듯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두 개씩 하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회사를 나온 후 한 달


지난 2월까지 회사를 다녔으니 딱 한 달이 지났다. 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작년 연말에 내고 싶었던 독립출판물의 기획 방향을 잡으며 원고를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임금체불 진정을 했다. 바로 회사를 들어가려고 했으면 혹여나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질까 싶어 시도도 못했을 거다. 그러나 회사를 나오고 망가진 내 몸과 마음을 보니 정당하게 수당을 받아야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간단한 절차로 못 받았던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받아낸 돈으로 꾸준히 저온화상 레이저 진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몸을 치유하는 돈만큼이라도 마음을 회복하는데 신경을 써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전 직장에서 협력관계로 만났던 사람이 함께 콘텐츠 기획 및 진행을 해보자는 제안을 줬고 기분 좋게 하기로 했다.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브랜드를 알리고 특히 핵심 타깃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 플랜을 계획할 예정이다. 또 다른 지인과는 지원사업을 넣어보기로 했다. 이전에도 하나 넣어서 잘 안되긴 했지만, 지원사업을 찾아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전 직장 동료가 촬영 지원 알바 가능하냐고 물어와서 알바 생각 정말 많으니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진지하게 찾아보고 있다. 알바몬과 알바천국 앱을 깔고 수시로 보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아르바이트가 처음이다. 아르바이트 이력서에는 뭘 적어야 하는지 깜깜해져 회사 이력서를 간략히 정리하고 지웠던 사진과 나이를 적었다. 아르바이트 세계에선 얼굴 사진과 나이는 기본인 거 같았다. 그리곤 동네 한 서점에 면접을 봤는데, 왜 회사를 안 다니고 아르바이트를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꽤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말해야지. 사장님은 채용공고에 시간을 잘못 올렸다면서 12시부터 15시인데 괜찮냐고 물었고, 그다음으로 매일 3시간씩인데 금요일은 2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휴수당 때문이라고 했다. 주휴수당을 안 줄려고 그렇게 조정하는 건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고 계약서에 적힌 시간에 맞게 근무하면 내일부터라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오늘 오전에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안된 거 같다. 아르바이트는 많으니 또 찾으면 된다. 근데 참 웃기지. 이것도 면접이라고 붙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당분간은 상황에 따라 나를 다르게 설명할 거 같다. 프리랜서라고 또는 기획도 할 수 있고 운영도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아니면 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당분간은 오늘 있던 일이 당장 없어질 수 있고, 오늘 없던 일이 내일 생기는 시기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잠시 다르게 살아보려고 한다. 

살아보지 않으면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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