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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Jan 11. 2017

세운상가는 방치되었다

[책] 건축 멜랑꼴리아_이세영

어느 날 민음사 페이스북에 '건축 멜랑꼴리아' 저자와 함께 서울 건축 탐사를 한다는 글을 보았다.



노랗게 빨갛게 낙엽이 물들어 어디든 거닐어도 좋다는 생각과 건축 탐사하는 지역이 내가 생활하는 회사 근처였기에 내가 생활하는 곳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참가비가 2만 원인데, 책도 주고 탐사도 하고 티타임도 가지네-?라는 얄팍한 계산도 덧붙여서... 핳



근대화를 상징하는 세운상가


탐사 날인 토요일, 종묘 앞에서 15명 내외의 사람들이 모였다. 저자는 '이세영'님으로 한 언론사에서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는 분이었다. 주로 야당 쪽을 출입하며 관련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고 하셨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때문에 휴일근무가 있었지만, 여러분 덕분에 빠지게 되었다고 감사하다는 말을 장난스럽게 전하며 탐사는 시작했다.


건축 탐사였지만, 저자의 경력에 맞게 건축물 그 자체보다는 건축물에 대한 사회적인  혹은 정치적인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해당 책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건축에 대해 문외한인 나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건축물이나 공간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인 배경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거 같다.


탐사는 크게 4개 동으로 구성된 세운상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운상가는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진 건축물로 종묘의 수평에 수직으로 대항하며 근대화를 표방했다고 한다. 당시 정권에서 '성장', '근대화'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건축물 안에 담겨있다고 한다. 세운상가는 국내 최초로 주상복합건물로 당시에는 매우 고급 건물이었기에 많은 상점들이 입점하고 유명 연예인과 대학교수들이 살았다고 한다.


하나 현재의 모습에서는 과거의 화려했던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 신기해 보였다. 또한 이곳에 사람이 살까?라는 의문과 동시에 문을 열고 사람이 나와서 속으로 놀라기도 했다. 지나가는 길은 공사현장과 같았고 건물 안전등급이 D로 매우 위험하다는 안내문도 붙여져 있었다.


김수근이라는 국내에서 존경받는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기에 그런 노후화된 상태에도 많은 건축가들과 학생들이 찾아오며, 다양한 촬영도 이곳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나는 김수근이라는 건축가를 그곳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건축물의 역사적인 배경을 제외하면 현재로서는 활용되지 않은 노후화된 건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이렇게 쓴 나를 보고 후회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개발 혹은 보존


2시간 정도 걸친 탐사가 마무리가 되고 다 함께 을지로 3가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탐사를 다닌 사람들은 건축뿐 아니라 디자인, 출판, IT 등 다양한 분야에 사 종사하고 계셨고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을 잘 몰랐는데 이번 기회로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간략한 소감들을 나누고 저자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개발 혹은 보존이었다.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한분은 요즘 무자비한 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건축물들이 과거의 모습을 잃어가며 그에 따라 그 정체성 또한 사라지게 되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했다. 저자 역시 개발에는 양면성이 있는 거 같다며, 건축물이 개선됨과 동시에 그곳에서 쫓겨나게 될 사람이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그곳에서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나는 낡고 오래된 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즉 보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고 게다가 오래돼서 그 건물에 살고 있는 사람의 안전까지 걱정되는 정도라면 개발이 필요하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운상가를 봐서 그렇지 과연 내가 살고 있는 건물이 그런 모양이라면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탐사 당시 세운상가에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은 여기에 무슨 배울 거리가 있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었다.


하나 개발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없애고 부셔서 보기 좋은 건물만 짓는 것을 상상하기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 역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사례처럼 오래되었지만, 활발히 이용되는 곳을 시민, 상인들과의 합의 없이 개발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개발이 아니다.


오래된 건물을 재생해야 한다.


재생이란, 낡거나 못 쓰게 된 물건을 가공하여 다시 쓰게 하는 것이다. 이에 세운상가를 역사적 가치뿐이 아닌 주거와 상업의 공간으로서 그 이용가치를 높여야 한다. 서울 한 복판 그 넓은 공간을 그렇게 두는 것은 보존이 아니라 방치이다.


유럽의 사례를 들자면, 유럽의 오랜 건축 양식이 유지되고 주위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철저한 관리 아래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건물 앞면을 그대로 두고 보수를 하게 하고, 지붕의 색깔이 정해진 곳도 있다. 파리에서 에펠탑이 어디에서든 보여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것도 엄격한 건물 높이 제한 때문이다.


세운상가 역시 무조건 그 모습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엄격한 기준을 세워 보존해야 할 부분을 정하고 안전을 위해서라도 보수해야 한다. 또한 공중다리와 옥상 등을 공원화하여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리고 그 주변의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

 

서울의 숨겨진 이 풍경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1년후의 세운상가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201612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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