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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Nov 08. 2017

세운상가는 재생되고 있다

'세운상가'라는 브랜드

지난겨울 세운상가를 방문했었다. 쓰러져가는 건물의 모습과 그 속에 숨어있는 서울의 색다른 풍경을 보며 이곳이 '재생'되기를 간절히 바라왔다. 당시 내가 미처 몰랐던 것은 이미 세운상가에는 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2014년 3월부터 '다시 세운 프로젝트' 추진하여 3년 6개월 만에 시민들에게 그 모습을 공개한 것이다. 나는 세운상가 재생의 현장을 보기 위해 1년 만에 다시 세운상가를 방문했다.



서울시의 다시세운 프로젝트

문재인 정부 시작과 함께 서울시 도시재생이 속도를 내었고 시는 다시 걷는 세운, 다시 찾는 세운, 다시 웃는 세운 등 3가지로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먼저 '다시 걷는 세운'은 종묘와 세운상가 사이 광장을 만들고 건축가 김수근이 끝내 완성하지 못했던 보행교를 세워 청계천 위를 걸어 다닐 수 있게 했다. 또한 방치된 상가를 정비하여 다양한 스타트업, 단체들이 숨 쉴 수 있는 '세운데크'를 설치했다. 장기적으로 청계천과 을지로 지하도를 연결하고 남산까지 이어 동서-남북 보행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다시 찾는 세운'은 협업지원센터 설립, 리빙랩 운영, 전략기관 유치 등으로 세운상가 본연의 산업적인 부분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웃는 세운'은 주민주도 지역재생을 지향하며 '다시 세운 시민협의회'를 만들고 '수리 협동조합' 등으로 기존 상인들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세운상가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경우 서울시가 상인회와 상생협약을 맺어 임대료를 한 번에 9%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 입점을 막기로 했다고 한다.




서울의 색다른 풍경, 세운상가




다시 방문한 세운상가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것처럼 보였고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방문자로서 '다시 걷는 세운'에 대한 부분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다소 위험해 보였던 이전 모습과는 달리 정비된 모습에 놀랐고 세운상가 자체의 레트로 하고 빈티지한 감성은 유지되고 있어 기뻤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자리하고 있었고 기호로 표시된 직관적인 안내 표지판은 다소 거대한 세운상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주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다시 세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설된 청계천 위 보행 교이다. 청계천이 앞뒤로 흐르며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해주었고 청계천의 조경 덕분에 한층 푸릇푸릇한 기분이 들었다. 크고 거대한 건물은 저 청계천 너머로 아득하게 보여 이곳이 서울인 듯 서울이 아닌 거 같기도 했다. 해당 보행교는 내려가는 계단으로 청계천과도 바로 이어지니 동서 보행의 확장이 무엇임을 체감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세운상가에 또 하나의 엄청난 풍경이 있으니 8층 서울 옥상의 풍경이다. 서울의 색다른 풍경을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겠다고 절실히 느끼게 해 준 곳이다. 앞쪽으로는 종묘가 가득히 내려다보이며 가까운 풍경은 골목도 잘 보이지 않는 낮은 주택들이 정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파트에서만 살던 나에게 이러한 풍경은 너무도 생경했다. 눈앞에 있어도 눈앞에 있다고 믿기지 않는 느낌이었다. 뒤를 돌면 남산이 보였다 그리고 서울의 변천사가 담긴 듯한 건물들이 차곡차곡 자리하고 있었다. 이 8층 서울 옥상은 사방이 유리 난간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공간이 막히지 않고 탁 트여있다. 이에 나무 계단를 따라 올라가면 서울을 한 아름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예술이다. 1년 전에도 이 풍경 때문에 세운상가를 잊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역시 세운상가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을 그리워하며 이 때문에 세운상가가 활성화될 수밖에 없음을 확신했다.



'세운상가'라는 브랜드


세운상가는 소규모 브랜드, 스타트업, 자영업자에게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기존 상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많지 않지만 몇몇의 소상공인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카페, 식당, 작업공간 겸 쇼룸 등이 있었고 그 안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문을 닫거나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공간도 많은데 닫힌 철문에 귀여운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으니 이것 역시 세운상가의 감성으로 느껴졌다.


세상 모든 것은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브랜딩은 기업뿐 아니라 세운상가와 같은 건물, 공간 그리고 더욱 크게 도시와 나라로 확장할 수 있다. 이에 브랜딩 관점에서 세운상가는 여러 부침을 겪어 쇠락했지만 다시 한번 자기다움의 색깔을 가지고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무인양품은 위기때 철저한 매뉴얼이 담긴 '무지 그램'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문제를 감소시켰다. 스타벅스는 2008년 위기 당시 미국 전역 스타벅스 매장의 문을 닫으며 스타벅스가 왜 존재하는지를 상기시키고 직원들에게 일할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서울시 역시 세운상가의 존재 이유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철학을 담아 '재생'을 끝까지 해나간다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도시재생의 사례로 '세운상가'를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1년 동안 세운상가가 또 어떻게 변해있을지 너무도 기대된다.





1년전 세운상가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읽어주세요.

https://brunch.co.kr/@20161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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