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처럼 이태원 구경한 날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여기가 낯선 사람이에요.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시절과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래도 서울 참 큰 도시라
못 가본 곳도 많고
갔어도 몇 개월 후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서울 구경을 할 때면
가능한 뚜벅이 여행자처럼 걷고
한 손에 아이폰을 들고
끊임없이 순간을 담는다.
이 좋은 날씨에 안 나갈 수 없기에 친구와 함께 이태원 전역을 걸었다.
한남동
해방촌
경리단길
남산타워가 어딜 가도 보이는 이 동네에서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탄성을 내며 사진을 찍었다.
낮에도
밤에도
가파른 오르막길에서는
"아 여기서는 못 살겠다!!!" 소리치다가
뒤돌아 풍경을 보면
"아 그래도 1년쯤 살면 좋겠다." 생각했다.
낯선 편집숍
작은 책방
좋아하는 커피
외국에 온 듯 사람 구경
볼 것 마실 것 즐길 것이 참 많은 동네다.
용산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과거의 이태원 지역은
외국인만 넘쳐나는 조금은 위험해 보이는 동네 이미지였다.
지금은 서울의 가장 핫한 동네로 자리하며
서울에서 잘 노는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가 되었다.
편안하고 아늑함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다소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 속의 여기저기 흩어진 허세들을
모아 놀기엔 여기가 제격이었다.
현재 위치한 미군부대들도 점차 이전해나간다고 하니
이 지역의 부흥은 예견된 미래인듯하다.
우리는 이곳저곳 여행하듯 오래 걸으며
이태원 거리마다 행복한 하루를 기록했다.
이 좋은 계절에 나는 서울 구경에 설레고
정처 없이 걷다 우연히 만난 풍경에 행복해진다.
다음에는 또 서울 어디를 여행해볼까
그냥 다시 이곳에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