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에 살고 있어요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나만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거 같은 날.
막히는 출근길을 남일처럼 쳐다볼 때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반대방향으로 걸어갈 때
사람들은 오전 9시 출근시간에 살고 있고
나만 혼자 '지금이 몇 시지?' 하며 두리번거리는 거 같았다.
이른 아침 동네 카페로 나올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든다.
내가 시간이 많고 돈도 많다면 이런 묘한 감정은 들지 않을 텐데
나는 시간이 많고 돈은 없는 사람이다.
몸은 자유롭지만, 마음은 자유롭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오전 일과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데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놀이터에서 놀자고 부르는 친구 같은 날씨.
오랜만에 산책하다 들어갈까 하고 집 근처 안양천을 걸었다.
한낮 12시였다.
부드럽게 부는 바람이 좋았고
정말 하늘색의 하늘이 있었다.
무엇보다 햇빛에 비친 나뭇잎의 그림자가 아름다웠다.
이곳에도 나와 다른 시간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점심시간 잠시 나와 바람을 쐬는 직장인
이 세상에서 할 일은 잘 쉬는 것뿐이라고 느껴지는 노부부
저 멀리서 걸어오는 나와 같은 사람까지
생각해보면 모두가 각자의 시간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그 시간이 맞을 수도 있지만
결국엔 홀로 자신만의 시간을 사는것이라
나는 지금 몇 시에 살고 있는 걸까?
온 공기와 바람과 하늘이 가을이에요
흥얼거리는 날
코스모스와 잠자리가 춤을 추는 날
오늘 나는 가을시에 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