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지하철을 탔다.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사람이 가방을 자꾸 툭툭 건드렸다. 그래서 '뭐가 걸리나'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한 아주머니가 계셨다.
지하철엔 사람이 가득 찼고, 가방을 메고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돌리는데 그 아주머니가 뒤를 돌아본 나를 보고 혼잣말을 하셨다.
"가방이 튀어나와있는데 당연히 걸리지 나보고 어쩌라고.."
혼잣말이지만 다 들리는 말이었다. 감정이 섞인 말이었다. 기분이 안 좋아서 그 자리를 피하면서 생각했다.
왜 저분은 저렇게 말을 하는 걸까.. 가벼운 말속에도 한 사람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언제나 제일 무서운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
나는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 손잡이를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 앞에 서 있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앞에 50대가 넘어 보이는 남자분과 한 20대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앉아있었다. 한창 평창올림픽이 하던 시기라 그 여자분이 쇼트트랙 경기를 보고 있었다. 동영상 소리가 살짝 새어 나왔고 옆에 있던 그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가 은근슬쩍 같이 그 경기를 보게 되었다.
남자: "1000미터예요?"
여자: "네. 동메달 땄어요!"
경기는 끝났고 아저씨 얼굴엔 기분 좋은 미소가 번졌다. 그 모습을 보며 낯선 이와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이곳이 서울 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게 사람들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세상 피곤한 얼굴을 하고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