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틈 속에 깊은 한숨을 쉬며 이 말이 떠올랐다.
더운 숨을 내쉰다.
어느 소설에서 봤던 글귀였을까, 뭔가 막연했던 저 말의 의미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더운 숨'이란, 내 안에 무언가 막힌 것을 세상 밖에 내어놓는 숨이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사람들 틈 속에 있었다. 회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하루에 1시간도 온전히 나를 위해 쓰지 못했다.
집에 와서도 밥을 차리고, 먹고, 치웠다. 방을 정리하고 씻었다. 그 작은 핸드폰에 모든 것이 들어있는 것처럼 하염없이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잠에 들었다.
매일 쓰던 그 기록도 자꾸 띄엄띄엄 건너뛰게 되었다. 나는 회사에 내 시간을 노동력으로 제공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내 삶 전체가 회사에 메여있는 기분을 느꼈다. 내가 나를 위해 1시간도 쓰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자꾸만 더운 숨을 내쉬었다.
제주도에 다녀왔다. 이렇게 긴 더운 숨이 나오기 전에 나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며칠 시간을 보내면 그 추억으로 견딜 힘이 생길 거 같았다.
그런데 다녀오니 더 힘든 기분이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너무나 달랐다.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공항에서 충전했던 에너지를 다 써버렸고, 회사로 출근하는 지하철 위에서 내 에너지는 또 방전되었다.
책읽기, 글쓰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며칠을 또 방전된 채 다녔는데, 어제 아침은 읽고 싶던 책을 가방에 넣고 지하철에서 읽었다. 매일 읽고 싶은 책을 쌓아두면서 몇 주째 읽지 못해 맘이 걸리던 차였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나는 느꼈다. 이것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구나.
그렇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평생 쓸 돈이 나에게 생긴다면, 나는 작은 책방을 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책을 사랑한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사람들을 느껴서 좋다.
그 무엇보다 책을 읽고 있는 그 순간이 좋다.
책장을 넘기고 눈으로 활자를 읽어 내려가고 조금씩 책을 다 읽어가는 과정이 나는 좋다.
그래서 앞으로도 무거운 가방이 더 무거워지더라도 책을 꼭 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오늘처럼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책을 읽는 시간과 마찬가지로 지금 글을 쓰는 이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을 알고 있다. 이 글이 보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너무도 사소한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나는 계속 쓰고 싶다. 나를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