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찔하다.
운전 중, 카톡을 확인한 잠깐 사이에 추월차선을 밟은 걸 알아챈 순간. 만약 1초만 늦었다면?
아이 손을 잡고 군중들 사이로 빠져나오자마자 눈앞에서 자전거가 휙 하고 지나가는 순간. 만약 아이 손을 잡지 않고 있었다면?
건강검진 초음파 상의 결과가 이상 없음을 통지받은 순간. 만약 양성이 아니라 악성으로 나왔다면?
반면, 철렁 내려앉는 순간도 있다.
어제까진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잘 노는 아이를 확인하고 돌아선 순간, 넘어져 입술이 찢어지고 피가 철철 날 때 들리는 아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
주차장에서 백미러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후진하다 외제차를 쿵하고 박았을 때.
저녁까지 잘 놀던 아이가 새벽녘 갑자기 40도를 훅 넘으며 열 경련을 일으킬 때.
코로나 팬데믹 때 평범한 일상을 뺏겨본 경험이 있는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당시엔 뼈저리게 느꼈지만, 금세 잊어버리고 또다시 쾌락의 도파민에 취해 즐거움만이 행복이라 착각한다. 사실 행복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 곳곳에 있다.
정신없는 아침을 보낸 뒤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단란한 저녁 식사를 하며 일상을 함께하는 가족들,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 미세먼지 맑음, 친구의 반가운 안부 문자, 큰 병 없이 건강하신 부모님, 층간소음에 고통받던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와 가지는 평화로움, 좋은 글과 음악, 그림이 주는 따스한 위로.
이렇게 아무 일 없던 우리는 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무사(無事)의 행복은 무시당해도 꿋꿋하게 버틴다. 매일매일 우리에게 들켜지길 바라면서.
요즘 뭐가 즐거우세요?
별일 없는 게 즐겁죠.
별일 없는 게 뭐가 즐거운가요?
전 그냥 야구 보는 거도 즐거워요.
-카페 옆자리 손님들 대화 중.
어떤 것이 행복인가? 괴롭지 않은 것이 행복입니다.
괴롭지 않은 것이 행복이라면, 이 세상에 누구든지 다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즐거움이 행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괴로움이 뒤따라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즐거울까? 이런 궁리를 하지 마세요.
자꾸 즐거움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은 쾌락에 빠지거나, 괴로워집니다.
괴롭지 않고 행복하게 살려면 욕심을 좀 내려놓고, 고집을 내려놓고, 성질을 덜 부려야 합니다.
- 법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