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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린저 Jul 05. 2021

불안과 행복 그 사이

그럼에도 나는 종종 불안하고 자주 행복하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TV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멍하니 연예인들이 입안 가득히 음식을 넣고 깔깔 거리며 웃는 모습을 바라본다. 채널을 사정없이 돌리다가 이내 전원 버튼을 다시 누르니  전체가 조용해진다. 저녁 7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아직 창밖은 밝다. 문득 해결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충동적으로 이번 주 주말에 접수한 자격증 시험 준비는 미비했고, 사흘 뒤 아프리카 문학 읽기 모임의 온라인 선정 도서는 반밖에 읽지 못했다. 감상 발표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매번 모든 면에서 애쓰다 보니 미완성된 여러 일들을 떠올릴 때 불안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종종 불안하고 자주 행복하다. 행복은 스스로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주관적인 기준이다. 내가 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의 성취감을 행복이라고 느낄 수도 있고, 가족과 잘 지내는 것에 만족하는 행복도 있다. 행복을 내가 원했던 욕망을 충족하고 다른 욕망을 형성하는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면, 불안과 고통은 행복을 추구한다면 어쩔 수 없이 수반되는 필수적인 것이 아닐까. 행복과 행복 사이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불안이라면, 그 불안 속에서 헤매는 시간과 깊이를 줄이기 위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과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내가 누구이며, 우리는 누구인지.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행복은 가볍고 따뜻한 스웨터를 입고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일인지도 모른다. 행복했던 순간은 죄다 자그마한 일들이다. 일상에서 언제라도 누구와라도 누릴 수 있는 것들. 소소하고 평범한 일들. 별일 없이 잠자리에 들고, 별일 없이 침대를 정돈하는 아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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