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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에는 그가 떠나고 나서 텅 비어버린 하루를 메꾸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대량 비슷한 시기에 3주년을 맞게 된다. 뭔가 정해 놓고 꾸준히 하는 끈기 따위 별로 없는 성격 탓에 3년이나 뭔가를 해왔다는 사실은 일견 대견스럽기는 하지만, 들인 시간에 비해서는 뭐 그다지 장족의 발전은 없는 것 같아 조금 시큰둥해지기도 한다.
그중 한 가지가 홈트다. 물론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은 조금 시간도 길어졌고 루틴도 복잡해지긴 했다. 편의상 홈트라고 쓰고는 있지만 그냥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 및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근력 운동 몇 가지를 섞어서 내 마음대로 짠 것으로, 이런 걸로 과연 운동이 되기나 하는지가 의문스러운 정도의 매우 간단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게 뭐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고, 실제로 그 때문인지 몰라도 살이 더 빠지지는 않아도 더 찌지는 않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똑같은 강도의 홈트를 하는데도 어떤 날은 한 듯 만 듯 슬그머니 지나가버리는 날이 있고 어떤 날은 스스로 생각해도 좀 의아할 정도로 힘든 날이 있다. 요즘의 내 생활이란 늘 먹던 것을 먹고 늘 자는 만큼 자며 늘 움직이는 만큼 움직이는 아주 정량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이런 급작스러운 체력의 차이가 발생할 일이라고는 별로 없는데도 그렇다. 그리고 얼마 전에야 나는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니나마 일정 부분을 차지할 것 같은 차이점 하나를 발견해 낼 수 있었다. '발꿈치의 방향'이다. 내가 하는 홈트 중에는 무슨 만능 운동 비슷하게 되어있는 스쿼트도 있다. 스쿼트를 할 때 발을 뒤집은 팔(八)자로 놓느냐 신경을 조금 써서 11자로 놓느냐 하는 것에 따라 운동의 강도가 뚜렷하게 달라진다. 또 한 가지의 차이는 스쿼트를 할 때 시선의 위치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고개를 숙여 땅을 보면서 스쿼트를 하면 훨씬 덜 힘들다.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정면을 응시한다고 생각하고 스쿼트를 하면 그것만으로도 난이도가 훌쩍 올라간다. 정리 운동을 할 때 하는 다운독 자세의 경우도 발을 팔자로 놓느냐 11자로 놓느냐에 따라 종아라 근육이 당겨지는 정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그런 작은 차이들이 모여서 그날 홈트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이 몇 년이나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3년 전 그가 불쑥 내 곁을 떠나버린 것보다 더 큰일이라는 게 남은 내 인생 안에 과연 생길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그거야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지금 당장의 생각으로 내게는 이제 그보다 더 크게 잃어버릴 뭔가도 딱히 남아 있지 않으니, 그저 그 외의 작고 사소한 것들을 조금씩 아끼고 보듬어가며 좀 더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도 이왕 시간과 성의를 내서 하는 홈트이니, 한 번 더 발꿈치를 바깥으로 밀어내 11자로 만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