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전기밥솥은 보통 2, 3인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6인용이다. 내솥의 코팅이 많이 벗겨져서 새로 하나 사야겠는데 내솥만 따로 사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그냥 이참에 밥솥을 바꾸느냐 마느냐, 내솥을 바꾸고 고무패킹까지 갈면 거의 밥솥 하나 새로 사는 값이 나오는데 그냥 새로 사는 게 낫지 않느냐 운운하는 문제로 그와 몇 번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가 갑작스레 떠난 후 발인을 하기 전까지 나는 씹어야만 삼킬 수 있는 종류의 음식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런 걸 먹었다가는 식도 어딘가에 걸려 내려가지 않을 것이 확실해서였다. 그러던 내가 다시 밥을 먹게 된 건 그의 발인날, 아침에 마시고 나간 두유 한 잔으로 온갖 일을 다 버티고 집에 돌아온 그때부터였다. 그날 나는 그가 떠나고 없어도 나는 살아있고, 뭔가를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원래도 하루 세끼를 정성스레 챙겨 먹는 식생활은 아니었고 그가 떠나고 난 후로는 점심 한 끼를 겨우 먹는 정도로, 반 강제적인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
6인용 전기밥솥에 1인분의 밥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에 알게 된 내가 먹는 밥 양의 정량은 한 끼에 밥솥용 계량컵으로 딱 반 컵이었다. 6인용 전기밥솥에, 쌀 반 컵 분량의 밥을 질지 않게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가 있을 때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걱정이었다. 그가 있을 때는 늘 쌀 두 컵 반으로, 점심 저녁 두 끼분의 밥을 했기 때문이었다. 쌀의 양이 그쯤 되면 설령 물이 조금 많아서 금방 지었을 때는 조금 질다 싶어도 한나절 보온을 거친 저녁 무렵엔 딱 먹기 좋은 정도의 밥이 되어 있곤 했다. 그러나 고작 반 컵의 쌀로는 도저히 그런 게 가능하지 않았다. 한 사흘쯤 나는 너무 질어 죽을 겨우 면한 정도의 밥을 먹었다. 아무리 물을 줄여도 밥은 늘 질었다.
그래서 나는 잔꾀를 조금 부려, 그가 있을 때처럼 네 끼 분의 밥을 해서 한 그릇만 먹고 나머지 세 덩이는 냉동실에 얼려놓고 꺼내 먹기로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밥의 상태는 1인분만 할 때보다 훨씬 나았다. 그리고 매 끼니 쌀을 씻어 밥을 하는 귀찮음도 덜 수 있으니 나름 좋은 방법을 찾았다 싶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냉동밥을 해동하는 방법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 집에는 전자레인지가 없다. 원래 쓰던 것이 고장 나서 버리고 새로 사려던 무렵, 그냥 작은 오븐을 사자는 그의 말을 듣고 전자레인지 대신 오븐을 샀기 때문이었다. 얼어있는 밥을 밥솥에 재취사도 해보고 중탕도 해봤지만 밥의 상태는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대충 끓인 국 한 그릇에 푸석해진 밥을 말아 꾸역꾸역 먹으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빠, 밥이 맛이 없어. 얼렸다 녹인 거라 그런가 봐. 내가 다른 반찬 투정은 안 해도 밥은 가리는데, 밥이 맛이 없어. 어떡하지.
객관적인 계량이 가능한 밥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밥 외에도 마찬가지였다. 국을 끓여도, 볶음밥을 하려고 채소를 썰어도, 무엇을 하든 나 혼자서는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 양의 음식이 나왔다. 번번이 썰어놓은 채소들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로 밀어 넣으며, 한 그릇 덜고도 너무 많이 끓인 국을 이건 또 며칠이나 먹어야 다 먹을 수 있을까를 가늠해 보며 나는 또다시 그의 부재를 실감한다. 아마도, 내가 살아있는 내내 그럴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