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지난주 주말에 봉안당을 다녀왔다. 달이 바뀌기도 했고, 추석 무렵이기도 하고, 코로나의 기세가 예전 같진 않다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건 아직은 꺼려져서 조금 빗겨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에게 물어봐도 아마 그러라고 할 것 같은 내 마음대로의 유권해석도 있었다. 그래서 꾸역꾸역 짜 놓은 일정을 전부 미뤄가며 나는 갑작스럽게 지난 주말에 집을 나섰었다.
그러나 고작 일주일 전에 한 생각이 무색하게도 나는 오늘도 또 봉안당에 갈 마음을 먹고 준비를 마쳐놓은 후 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주 봉안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봉안당에 가면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5천 원 남짓 하는 작은 꽃다발을 살 수 있다. 오아시스 폼에 어울리는 꽃 몇 송이를 꽂고 겉은 포장지로 싸서 리본으로 마무리한 아주 단출한 물건이다. 나는 그것을 꼭 그의 봉안당 앞에 하나씩 놓아두곤 한다. 봉안당 측의 설명으로는 대략 일주일 정도를 놓아두고 수거해서 치운다는 모양이었다.
꽃을 사면서 늘 봉안당 직원에게 헌화대를 설치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래서 지난주에 갔을 때도 꽃을 사면서 헌화대를 설치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직원에게서 조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설치돼 있다는 얘기였다. 이 분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이맘때쯤 오려나 싶어서 미리 설치해 놓기라도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안치실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가 모셔져 있는 칸에는 전부 헌화대가 미리 설치돼 있었다.
안 되겠다. 모든 칸에 다 설치된 헌화대를 보는 순간, 나는 이미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 갖다 놓는 이 꽃은 추석 무렵이 되면 시들어서 치우고 없을 테고, 그러면 그의 자리 앞은 그 흔해빠진 꽃 한 송이 하나 없이 텅텅 비어 있게 되지 않겠나. 그 생각을 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 나 아니라도 누군가가 다녀갈 사람이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을 것만 같고. 주변에 모셔진 다른 분들은 다들 자식이며 손주며 친지며 지인이며 온갖 사람이 다 다녀갈 텐데 그 혼자만 외롭게 놓아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불과 일주일 전에 세운 계획을 내 손으로 다 어그러뜨리고 오늘도 봉안당에 간다. 그를 기죽이지 않으려고.
새로 꺼낸 이불이 지나치게 푹신한 탓인지 연이틀 30분쯤 늦잠을 잤다. 덕분에 오늘 같은 날 좀 빨리 일어나 지면 좀 좋으냐는 타박을 아침 내내 스스로에게 했다. 해야 할 다른 일들은 어영부영 마쳤고, 이제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나면 그냥 나갔다 오면 된다. 다녀오면 이번에 골머리를 썩어가며 힘들게 산 송편을 쪄서 그의 책상에도 한 접시 놓아주는 것으로, 올해의 추석은 그렇게 마무리할 생각이다.
그러지 말고 있을 때 잘하지. 문득 그런 생각에 입맛이 쓰다. 그러게. 그럴 걸 그랬다. 그렇게 진심으로 후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