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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Oct 30. 2022

이별은 그렇게나 가까이에

-200

뉴스를 보지 않고 산 지가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리고 요즘도 그렇다. 그래서 내가 접하는 뉴스란 포털사이트 메인 회면에 떠 있는 뉴스들의 헤드라인 정도가 고작이다.


어제 이태원에서 뭔가 사고가 났다는 말 정도는 그런 식으로 들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이렇게까지 큰 사고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늘 하던 정리를 마치고 브런치에 글 한 토막을 쓰려고 브라우저를 열었다가, 나는 사망 149명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고 나도 모르게 힉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쯤 되면 '사고'가 아니라 '참사'라고나 불러야 할 수준이 아닌가. 게다가 희생자들은 대부분 아마 어제 같은 날 나름의 축제를 즐기러 나갔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서울 한가운데서 그런 일에 휘말려들 줄, 그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었을까.


몇 달 전의 나였더라면 그냥 아이고 별 일이 다 있네 정도의 감상으로 넘겼을 것이다. 그러게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할로윈 같은 걸 챙겼다고 운운하는 꼰대 같은 소리를 몇 마디 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 뉴스를 보는 순간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아, 저 사람들 가족들 어떡하냐.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냥 놀러 가는 줄로만 알았을 텐데. 연락이 없어도, 귀가가 늦어도 그냥 오늘이 그런 날이라니 그런 줄로만 알았을 텐데. 그분들은 이 청천벽력 같은 일 앞에서 얼마나 망연자실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또 괜히 울컥해서 조금 눈물을 짰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는 모양이고 제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모양이다.


어제 아침에, 나는 그에게 하고픈 말이 있어 며칠 만에 또 봉안당에 다녀왔다. 안치문 개방을 신청해 놓고 직원이 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면서, 나는 가끔 그의 이웃에 어떤 분들이 모셔져 있는지를 둘러본다. 대부분은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지만 가끔 그와 비슷한, 혹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장년들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깜짝 놀랄 만큼 젊다 못해 어린 분들도 있다. 그 싱그럽고 아름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분들에게는 어떤 아픔이 있었을 것인지, 그리고 그런 분들을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을 것인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잠시 숙연해진다. 그리고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별은 멀리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닥쳐오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행복에 취해 그 기척을 깨닫지 못하고 불시에 닥친 이별에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는 모양이라고.


모진 것이 목숨이지만 또한 덧없는 것이 목숨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개 그 사실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원래 사람이란 아는 만큼 보이게 마련이고 제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니까.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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