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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06. 2022

강 건너 불구경

-207

한동안 50 언저리를 오락가락하던 구독자 수가 얼마 전에 훌쩍 뛰어서 90 언저리까지 올라갔다. 딱히 조회수나 구독자 수에 욕심을 내면서 굴리고 있는 브런치는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이번 참에 탄력을 받으면 세 자릿수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내심 했다. 그러나 90까지 멱이 찼던 구독자 수는 그 천정을 깨지 못하고 하나 둘 정도 늘어났다가, 또 그만큼 줄어들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일에만 나누어 주기에도 우리의 주의력은, 신경은 너무나 버겁다. 핸드폰 너머, 컴퓨터 모니터 너머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불행에까지 써 줄 마음은 없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각자 짊어져야 할 자신만의 십자가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눈에 박힌 들보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성가시고 아픈 것은 인지상정이다. 27년간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어느 날 갑자기 이 세상에 혼자 내팽개쳐져, 그래도 험한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혼자 발버둥 치며 눈물 짜는 매일매일의 기록에 불과한 이 글은 쓰는 내게야 일종의 살풀이고 카타르시스겠지만 읽는 분들에게는 그 어떤 효용이 있을 것인가.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구독자 수가 좀체로 늘지 않는다고 생각할 일이 아니라 이 청승맞은 브런치에 왜 90명 남짓한 분이 아직도 계속 구독자 상태로 남아계시는지를 놀라워해야 할 일이라고 나는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매일 아침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강 건너 불'이 되기 위해서다.


가끔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며 피식 웃을 때가 있다. 누가 보면 세상 지고지순한 순애보인 줄 알겠네.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그가 내 곁에 있을 때의 내가 그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었는지,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지금이야 하나하나 그리워 가슴을 쥐어뜯는 그 많은 것들에 대해, 그때는 고마운 줄도 몰랐고 사랑스러운 줄도 몰랐다. 더러는 저거 왜 저러냐며 눈을 흘겼고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며 혀를 찼었다. 내 인생이 이렇게 피곤해진 것에는 당신의 책임도 없진 않다는 식의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분들도 그러시리라 생각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곱고 사랑스러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복 받은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분들은 그 사람이 밉기도 할 것이고 싫증 나기도 할 것이고 저거 도대체 왜 저러나 하는 마음에 짜증이 나기도 하실 것이다. 그것 또한 인지상정이니까. 그렇게 마모되고 해어진 마음에, 아 이 사람이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진 않는구나 하는 잠깐의 뜨끔한 느낌. 그걸 드리고 싶어서다. 내 곁에 존재하던 이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어떤 날. 그런 하루를 떠올리고 당혹감에 잠깐이나마 숨이 쉬어지지 않는 그런 순간. 그런 순간이 되어드릴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글 쓰는 사람이 있고 그 글 쓰는 사람들을 1번부터 순서를 매긴다면 내 번호는 몇 번쯤 될까. 백만 안에는 들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면 날마다 이 청승맞은 글을 쓰는 것은 일종의 사명 비슷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마 이 브런치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서. 아직은 이 모든 일들이 강 건너 불인,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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