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떠난 후 며칠간 나는 씹어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종류를 한 가지도 먹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꽤나 오랫동안 그럴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그런 금식 아닌 금식은 그가 떠난 지 고작 사흘 만에 깨어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하루에 한 끼지만 어쨌든 식사를 하고 있고, 저녁 무렵이면 출출함을 느끼고 그가 사다 놓은 간식거리를 찾아다 집어먹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는 매우 꼼꼼한 사람이었고 특히나 밥을 차려 먹는 일에 꽤나 진심인 사람이었으므로 집에는 한동안 장을 보지 않아도 뭔가를 만들어먹을 식재료가 잔뜩 있었다. 그런 걸 내다 버리지 않고, 내가 소비할 수 있는 선에서 하나하나 쓰는 것도 내게는 하나의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나는 한동안 뭔가를 사야 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왔다. 이번 달 쿠폰이 내일모레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므로 빨리 사용하라는 친절한 안내 문자였다.
왠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나는 부랴부랴 집안 곳곳을 다니며 사야 할 것이 없는지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사야 할 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인 3만 원까지나 되진 않았다. 그 3만 원이라는 금액을 맞추기 위해 나는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조만간 필요해질 것 같은 물건을 몇 개 더 담았다. 그렇게 3만 원을 채우고 나니 이젠 배송비 3천 원이 눈에 거슬렸다. 이왕 사는 것, 배송비를 3천 원이나 물어버리면 기껏 7% 할인받는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지지 않느냐는 생각에 나는 사로잡혔다. 무료배송이 가능한 최소 금액은 4만 원이었고 약 7천 원 정도가 모자랐다. 그 7천 원어치의 뭔가를 사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다가, 나는 책상 위에 놓아둔 그의 사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생각보다 너무 멀쩡하게 살고 있었다. 그가 불쑥 내 곁을 떠난 지 2주가 조금 넘게 지났을 뿐인데 나는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숨을 쉬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가 내 곁에 없는데도 나는 내일의 나를, 내달의 나를, 내년의 나를 걱정하며 살고 있었다. 그가 이젠 내 곁에 없는데도 나는 그까짓 7%짜리 할인쿠폰을 날리지 않겠답시고 장을 보고, 그 와중에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카트에 담아 가며 무료배송 금액을 맞출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무심함에, 나의 무딤에, 나의 범속함에 질려서. 내 짧지 않은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공유하던 사람이 사라졌는데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 내 뻔뻔함이 기가 막혀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지만 그런 쉽고 편한 말 한마디로 함부로 합리화해버려도 괜찮은 건지. 벌써 이렇게나 내 살 궁리만 하고 있어도 되는 건지. 그런 것들을, 그에게 딱 한 번만 물어보고 싶었다.
도대체 어쩌자고 이 구차한 세상에 나만 남겨놓고 떠났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