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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an 12. 2023

두 마리밖에 못 먹게 될지라도

-274

그가 하던 흉내를 내 매주 식단을 짜고 그에 맞춰 장을 보고는 있다. 그러나 그 완성도랄지 밀도는 확실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한 번 장을 보고 난 후엔 어지간해서 뭔가를 따로 더 사야 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르다. 분명 장을 본 지 며칠 안 됐는데도 끊임없이 뭔가는 계속 떨어지고, 그래서 따로 사러 나가야 할 일이 생긴다.


어제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다. 날도 조금 풀렸고, 간만에 바깥바람이나 쐰다 생각하지 뭐, 하는 기분으로 나는 가볍게 집을 나서서 1킬로쯤 떨어진 마트까지 걸어가 이것저것을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사 온 것들을 풀고 나서 이것저것 챙겨 넣다가, 나는 또 두어 가지 물건을 사지 않고 그냥 돌아와 버렸음을 깨달았다.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것이니 할 말은 없었지만. 처음엔 짜증이 나 한참을 투덜거렸다. 그러나 이젠 원망할 사람도 탓할 사람도 없다. 모든 건 내가 자초한 것이고 내가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기껏 벗어서 옷장에 넣어두었던 패딩을 다시 꺼내 입으며 한참을 궁시렁거렸다. 주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똑같은 곳에 똑같은 목적으로 연달아 두 번을 가는 것도 참 객쩍은 짓이라 가는 길이라도 좀 다르게 가 보기로 했다. 아침에 갈 때는 아래쪽 샛길로 갔지만 이번에는 큰길 쪽으로 올라가 최대한 후다닥 다녀오기로. 그렇게 하면 내 멍청함이 조금은 덜 표가 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나는 올 겨울 장사는 아예 접은 줄로만 알았던 우리 동네 붕어빵 노점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사 먹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침 내 지갑에는 며칠 전 곰팡이 닦느라 난리를 칠 때 빨래방 건조기를 쓰느라 인출해서 쓰고 남은 현찰로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다. 이 단순한 기분은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좋아져서, 나는 마트에 가서 빼먹은 물건 몇 개를 후다닥 사고 다시 나와 기어이 붕어빵을 샀다.


붕어빵 가격이 많이 올랐나 보다. 2천 원에 세 마리라고 하니 얼추 한 마리에 700원 꼴이다. 예전엔 천 원에 한 다섯 마리 정도는 주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게 언제적 이야기냐며 혼자 피식 웃었다. 천 원에 다섯 마리에서 네 마리로, 기본 단위가 2천 원으로 슬그머니 오르고, 그나마도 마리 수가 한 마리씩 줄어가고. 내년쯤에는 3천 원에 다섯 마리쯤 하려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사 온 붕어빵은 슈크림이 두 개, 팥앙금이 하나였다.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슈크림 둘에 팥 두 개로 사서 그와 각각 두 마리씩을 나눠 먹었었다. 그러나 이젠 어떻게 나눠봐도 짝이 맞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풀어놓기도 전에 나는 그의 사진 액자 앞에 붕어빵 봉지를 들이대고 올해 첫 붕어빵 신고를 했다. 역시, 붕어빵은 사람이 구워주는 게 제맛이라니까. 냉동 붕어빵 그거 아직 멀었어. 그런 말들을 하면서. 세 마리째를 먹을 쯤에는 두 마리 정도가 한 마리만 더 먹었으면 싶은 기분이 들고 딱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젠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한 건지도 모른다.


붕어빵 한 봉지를 사면 두 마리밖에 못 먹게 될지라도 한 봉지에 네 마리였던 예전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붕어빵 값도, 같이 먹어줄 사람의 존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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