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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an 25. 2023

날씨가 너무하다

-287

어제부터 날씨는 범상치 않았다. 창문을 꼭꼭 닫고 보일러까지 돌린 집 안에 들어앉아 있는데도 손이 시리고 온몸이 으슬으슬해서 무릎 담요를 둘둘 감고 가디건까지 껴입어야 했다. 아니, 바깥도 아니고 집 안에 있는데 이렇게 손이 시리면 내가 뭘 어떡하면 되느냐고 대답하는 사람도 없는 허공에 대고 몇 번이나 물었다. 그래서 이게 예사로 추운 날씨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이런 날 센 척을 하다가는 알짤 없이 감기 걸리겠다 싶어서 어제는 잠자리에서 입는 얇은 티셔츠 대신 평소 입던 도톰한 맨투맨을 입은 채로 자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결론적으로 매우 잘한 일이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연 나는 잠시 기겁을 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창문 가득 성에가 끼어 마치 얇은 얼음이 한 겹 붙어있는 듯이 보였다. 아니, 이게 뭐야. 그 장관 아닌 장관 앞에 나는 잠시 헛웃음을 쳤다. 와. 나 지금 냉장고 안에 살고 있는 거야? 그런 거야? 날씨가 미쳐도 아주 제대로 미쳤네. 그런 독백을 아침 내내 한참이나 했다. 덕분에 오늘은 아침마다 하던 환기도 깔끔하게 생략했다. 그깟 5분 10분 남짓한 환기로 뭐가 얼마나 좋아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그걸로 잃는 게 훨씬 더 많을 것 같아서였다.


다른 날도 아니고 연휴랍시고 사나흘 쉬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날의 날씨가 이 모양이라니, 거 어느 분의 작당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고 인심 한 번 고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누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기만 하면 되는 나도 오늘 아침이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 추운 날씨에 출근하셔야 되는 분들은 어떤 기분일까. 정말 없는 병이라도 만들어서 하루 땡땡이치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못된 날씨다.


해가 뜨고, 햇살이 비치고서야 조금씩 물기로 변해 사라지는 성에를 보면서 생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수목장을 하지 못한 건 적어도 오늘 하루를 봐서는 잘 된 일이라고.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은 날 바깥은 너무 춥지 않을까. 아무리 조금 추운 듯한 날씨를 좋아하던 사람이지만, 갑갑한 걸 죽기보다 싫어하던 사람이지만 오늘 날씨는 도에 좀 지나친 것 같으니까. 그는 잔병치레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크게 감기몸살로 앓을 때가 있었다. 거기 가서도 그러려는지.


그의 사진 액자를 향해 오늘 하루는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따뜻한 곳에 콕 처박혀 있으라는 말을 한다. 감기 조심하라고도. 이젠 감기기가 있다고 꿀 탄 생강차 한 잔 타줄 사람 하나 곁에 없는 건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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