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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Feb 07. 2023

벌써 미세먼지가

-300

요즘의 알림 문자는 무슨 내일의 날씨 알려주는 서비스 비슷하게 생각되는 그런 느낌이 없지 않다. 한동안 굳이 핸드폰의 날씨를 찾아보지 않고도 알림 문자 문구의 강도만을 보고 아 내일은 춥구나/엄청나게 춥구나/나가면 죽겠구나 정도를 구분하면서 살았다. 처음엔 뭘 이런 것까지 일일이 문자로 쏘아 보내는지, 돈들이 참 퍽이나 남아도는 모양이다 하고 긍시렁댔으나 요즘은 그나마 미운 정이라도 들었는지 아무 문자가 없는 날은 조금 서운하기까지 하다. 나한테 관심이 식은 거냐 싶어지기도 하고.


그리고 그러던 알림 문자는 요 며칠 '추위'가 아닌 '미세먼지'를 주의하라는 잔소리를 하고 있다.


미세먼지라니, 그거 봄에나 오는 거 아닌가. 아직 겨울인데 하고 고개를 들어 달력을 보다가 이미 1월도 지나간 2월인 것을 깨닫고 머쓱해진다. 예전에 내가 학교에 다니던 무렵이라면 아마 이번 주쯤 겨울 방학이 끝났을 테고 어제쯤부터는 아침마다 잔뜩 부어터진 얼굴을 학고 등교를 시작했어야 했을 시기다. 날은 춥고, 시간은 어정쩡하게 토막 나고, 그나마도 졸업식이니 뭐니 빠지는 날도 더러 생기는데(가끔 음력설이 2월에 끼기라도 하면 더더욱) 이 애매한 시기에 굳이 학교로 불러내는 이유가 뭐냐는 투덜거림을 중고등학교 6년간 입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다. 겨울의 끝. 그때의 기억인지 내게 2월은 그렇게 각인되어 있는 느낌이 없지 않다.


이번주는 내내 온도가 영상이고 특히나 오늘은 10도 가까이나 올라간다고 한다. 날씨가 이렇게 풀렸으니 미세먼지가 날아들만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매일 아침 누렇게 쓸려 나오는 황사를 닦아내며 그는 늘 투덜거렸었다. 요즘 날씨는 춥거나 혹은 미세먼지가 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미세먼지 좀 덜하다 싶으면 날이 추워서 사람 미치게 하고, 날 좀 따뜻해서 살만하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사람 귀찮게 한다고. 그의 식대로라면, 심심하면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넘게 떨어지던 올 겨울도 이제 슬슬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말이 되겠다. 아닌 게 아니라, 뭐 그렇다. 가뜩이나 다른 달보다 2, 3일 정도 짧은 2월이다. 이미 오늘로 그 4분의 1도 지나갔으니 조금만 어영부영하면 3월이고, 그때부턴 최소한 '겨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 테니까.


시간은 참 이렇게 잘도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잠시 벽에 걸린 달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또 한 계절을 이러구러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돌아보면 그는 아직도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데 나는 자꾸만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잠시 우울해진다. 내가 그날 그 시간에 갇힌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는 건 그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닐 텐데도.


무언가를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간다. 내가 그것을 바라건 바라지 않건 간에. 아마도 이렇게, 자꾸만 뒤를 돌아보면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게 내 남은 시간들일 테다. 이 흘러가는 시간이 조금만 내게 친절하면 좋겠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도 없고.


올 겨울도 이제 슬슬 끝나가는구나.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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