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잘 보이지는 않아도

-347

by 문득

가끔 이상하다 싶을 만큼 식욕이 터지는 날이 있다. 어제가 그랬다. 점심 한 끼와 대여섯 시쯤 집어먹는 간식 한 번 정도로도 무사히 넘어가는 날도 있는데, 어제 나는 본의 아니게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은 꼴이 되어버렸다. 더 나쁜 것은 꽤 늦은 시간까지 뭔가를 먹었다는 것이다. 먹는 양도 중요하지만 언제 먹느냐 하는 문제도 다이어트에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어제는 별로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싶은 기분이 아니어서 꽤 늦은 시간까지도 뭔가를 먹었다. 요즘 나는 이런저런 일들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중이고, 그래서 그 와중에 먹는 것 가지고까지 셀프로 스트레스를 주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는 탓이 클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어나 체중계에 올라서기 전에는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지난 1년간 매일매일 체중을 재면서 나는 사람 체중 1, 2킬로그램 정도는 전날 뭘 얼마나 먹었느냐 하는 문제애 따라 우습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내 체중은 아홉수에 걸려 있는 상태고, 어제 뭘 그렇게나 먹었으니 오늘은 도로 앞자리가 바뀌어 있을 수도 있겠다. 뭐 그렇게 생각했다. 괜찮아. 그렇게 됐더라도 어차피 오늘 하루만 또 군것질 안 하면 내일은 원상 복귀될걸. 그런 안전장치까지를 준비해 놓고 나는 괜히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는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그러나 내 체중은 대견하게도 앞자리가 도로 바뀌기 딱 200 그램 전에서 멎었다. 어제 그렇게 먹어댄 걸 생각하면 최소한 1.5 킬로그램에서 2 킬로그램 정도 쪘어도 할 말이 없을 텐데도.


요즘 내 체중은 통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를 좀 적게 먹었다 싶으면 적게 먹은 만큼 빠지고, 뭔가를 좀 많이 먹었다 싶으면 그만큼 도로 쪄 있기를 무슨 625 사변 때의 무슨 고지전처럼 치열하게 매일매일을 반복할 뿐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얼마 전 선물 받은 그 예쁜 전통의상을 과연 입어볼 수 있을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냥, 길게 보고 어느 정도는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한 달에 100 그램씩만 빼면 10년쯤 지나면 한 10킬로쯤은 더 빠지지 않을까. 그런 극단적인 생각조차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매일 운동을 빼먹지 않은 효과는 뜻하지 않게 이런 데서 오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웬만큼 먹어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잘 살이 찌지 않는 몸이라니.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내 몸은 아주 느리게나마 조금씩 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야매로 하고 있는 다이어트 치고는.


나 사는 게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데리러 오라고 늘 말하면서 살지만, 그래서야 될 일인가 생각한다. 내가 내 발로 만나러 가야지. 그러려면 최소한, 살아있는 동안에는 건강해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그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도.


gv30000091764_1.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꽃피는 봄이 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