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

-348

by 문득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는 기분이어서 한 시간째 컴퓨터 앞에 앉아 빈 화면만 노려보고 있는 중이다.


월요일 오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과연 있기나 할까. 적어도 나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이번주는 조금 정도가 심각해서 시작도 하기 전부터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고, 이것도 저것도 다 싫고 귀찮고 그냥 기껏 털어서 새로 깔아놓은 이불속에 기어들어가 잠이나 실컷 자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을 한 시간째 하고 있다. 뭔가 탈이 나긴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목전에 닥친 머리 아픈 일이 다음 주가 피크를 찍을 예정이라서 그럴 것이다. 저번 주까지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며 적당히 모른 척 적당히 강 건너 불구경이 가능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그런 눈 가리고 아웅도 불가능하고, 이제 몰릴 데까지 몰린 신경이 슬슬 과부하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다음 주면 양력으로 그가 떠난 지 꼭 1년이다. 제사는 음력으로 지내겠지만 아무래도 일상에 와닿는 건 양력 쪽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나는 전에 없이 불쑥불쑥 부정맥이라도 온 듯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모든 일에 맥이 탁 풀리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찔끔 나거나 하는 다소 극단적인 감정의 폭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어떡하나. 이제 내게는 나 힘들다고 징징대면 그렇게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대꾸 한마디 해 줄 사람조차 남지 않았으니. 이 모든 것은 오롯이 나 혼자 지고 갈 수밖에.


그의 책상에 꽂아놓은 빨간 장미는 아직 시들지는 않았지만 꽃잎의 끝부분부터 조금씩 말라가는 것이 보인다. 아마 하루이틀 상간에 생명력이 다할 것 같으니 오늘은 그 핑계로 나가서 무슨 꽃이 될지 모르는 꽃이라도 한 다발 사 와야겠다. 그 참에 마트에 들러서 떨어지는 기력을 붙잡아 줄 초콜릿이라도 한 봉지 사고, 돌아오는 길에는 집 근처 카페에 들러서 봄에만 잠깐 파는 슈크림 라떼라도 한 잔 사 먹어야겠다. 이제 나를 돌봐줄 건 나뿐이니까. 이 우울한 월요일, 방안에 무릎을 껴안고 앉아 우울하다는 말만 거듭거듭 되뇌어 본들 이제 어무도 들어주지 않으니까.


외롭다는 건 거창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은, 그냥 딱 이 정도의 남루한 감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 보이지는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