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9
반쯤은 백색소음 비슷하게 늘 틀어놓는 스포츠 채널에서 얼마 전 A매치 데이 운운 하기에 또 뭔 소린가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손흥민 선수도 우리나라 국대 자격으로 평가전을 뛰었다. 대한민국 국대 감독이 자그마치 그 위르겐 클린스만이라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한다. 나는 클린스만보다는 마테우스 파이긴 했지만.
평가전이나 하자고 잡힌 A매치 데이인가 했더니 유럽 쪽에서 유로 2024 예선을 시작한 모양이다. 아이구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나 하고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 하기야 유로는 월드컵과는 엇갈려서 열리고, 워낙 참가하는 국가도 많아서 예선만 해도 오래 걸리니까 지금쯤부터는 예선을 시작해야 내년 여름쯤에 본선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유럽엔 워낙에 축구 잘하는 나라들이 많아서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그냥 월드컵을 한 번 더 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와중에 남들이 손쉽게 서너 골 정도를 넣고 이길 수 있는 상대를 만나 몸풀기 겸 승점을 쌓아가는 동안 1회전부터 프랑스와 맞붙은 네덜란드라든가 잉글랜드와 맞붙은 이탈리아라든가 하는 대전을 보면 재수 없는 놈은 정말로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지는구나 하고 혀를 차게 된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는 지금 몇 번째 월드컵에도 못 나오고 있지 않던지, 이탈리아 축구 좋아하던 그가 이 꼴을 봤으면 얼마나 빵 터졌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한다.
이번 1회전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덴마크 대 카자흐스탄의 경기였다. 이건 사실 누가 봐도 덴마크가 이기는 대진이었다. 축알못인 내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덴마크는 이기기 힘들 것 같은 팀이고 카자흐스탄은 이건 무조건 이겨야 하는 팀이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실제로 이 글을 쓰며 검색을 해보니 피파 랭킹만 해도 18위와 115위니까 100 계단 가까이 차이가 난다. 전반전에 덴마크가 두 골을 넣고 앞서가기에 무난히 저렇게 끝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후반전에만 세 골을 몰아쳐서 결국 3대 2로 역전한 채로 경기를 끝냈다. 이른바 자이언트 킬링인 셈이다.
여전히 매일매일은 불안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세상 일 모르는 거니 어떻게든 해보라는 사인은 이런 식으로 여기저기서 온다. 먼저 떠난 연인이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가사를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옛 노래의 가사처럼, 이 모든 것이 다 풀 죽지 말고 힘내라는 그 나름의 응원일까 하는 내 멋대로의 착각을 한다. 어차피 착각에는 세금도, 돈도 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