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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엔 장국영이 죽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겠지만 나 또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눈을 부라리며 아무리 만우절이라지만 어디 할 농담이 없어서 사람 죽는 얘기를 가지고 농담을 하냐고 언짢은 기색을 했었다. 그러다가 라디오에서였던지 그 뉴스를 듣고 어 진짜네, 하는 생각에 멍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가 나오던 초콜릿 CF에서 언뜻 비치는 여자의 그림자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던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하면 아마 내가 처음으로 사람에게 두근거림을 느꼈던 순간이 아닐까도 싶다. 올해가 그가 그런 식으로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라니, 참 세월은 무심하게도 간다 싶다.
4월 5일은 그의 양력 생일이다. 아, 식목일이기도 하고 대개 24 절기 중 청명과 겹친다. 그래서 한동안 나는 그에게 사람이 아니라 나무 아니냐며 놀렸었다. 날이 날이니만치, 절기가 절기니만치 그의 생일에는 언제나 날씨가 좋았고 한참 꽃이 아름답게 피던 봄날이었다. 그 또한 어머니에게서 들은, 너 태어나던 날 날씨가 그렇게 맑고 화창했었다더라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다. 그렇게 날씨가 좋던 날 태어난 것치고 그의 인생에는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음력 3월 13일은 그의 음력생일이다. 음력이라 양력으로 환산하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4월 중에 들어온다. 그는 음력으로 생일을 챙겼고 그래서 우리는 4월 5일보다는 이 날 미역국을 먹고 생일치레를 했다. 나는 그리 세심한 편이 못 되는 사람이어서 그의 음력생일을 깜박하고 넘어간 적도 없지는 않았다. 뒤늦게 선물을 건네며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그는 산 날이 다 생일인데 언제 챙기든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웃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일 하나하나도 전부 그에겐 미안할 뿐이다.
음력으로 3월 8일, 양력으로 4월 8일은 그가 내 곁을 떠난 날이다. 올해는 4월 27일이던지 그렇다. 그는 작년 본인의 생일을 닷새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허술하나마 내 손으로 제사상을 차리는 게 맞겠지만 이런저런 정황상 아마 1주기도 49제 때 그랬던 것처럼 봉안당에서 봐주시는 상을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49제 때는 버터크림빵을 올렸는데 이번엔 뭘 좀 올려봐야 하나. 그가 좋아하던 대전 모 베이커리의 빵이라도 사다 올릴까.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의 4월에는 대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 가외로, 요즘 나를 머리 아프게 하는 몇몇 일들이 다음 주와 그다음 주 약 2주에 걸져 집중되어 있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한데, 쓸데없는 생각 말고 너 사는 것에나 집중하라는 달갑지 않은 배려일지도 모르겠지만.
거짓말 같은 4월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거짓말 같다. 사실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가 이 좋은 봄날에 왜 이렇게 가슴이 아파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