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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말경부터 나를 힘들게 하던 모종의 일이 이번주 피크를 찍을 예정이다. 지난 얼마간 나는 아침마다 눈을 뜨고 또 하루 지나가버린 날짜와 간밤에 그냥 이 꼴 저 꼴 보지 않아도 되도록 나를 데리러 오지 않은 그를 원망했다. '사랑의 블랙홀'처럼, 자고 일어나도 그대로인 그런 세상은 없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늘 생각한다. 이미 내 인생에는 일어나야 할 머리 아픈 일들은 전부 다 일어났고 1년 전 그가 떠나면서 화룡점정을 찍은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나는지를.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결국 날이 바뀌었고, 나는 또 살아서 이렇게 눈을 뜨고 말았다는 생각이 그지없이 끔찍했다. 그래서 뻔하게 잠이 깨 놓고도 한 시간 넘게 꾸물거리며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떠난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입을 열어 큰 소리로 말하는 건 이럴 때 종종 나오는 내 버릇 중의 하나다. 사람 인생 모르는 거니까. 뻔하디 뻔한 것 같은 게 일상이지만, 그 와중에도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또한 사람의 인생이기도 하니까. 멀리 갈 것도 없다. 1년 전 오늘쯤, 나는 불과 일주일 후에 그와 그런 식으로 이별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으니까. 그러니 혹시 모른다. 내일쯤, 모레쯤, 아니면 오늘 오후에라도 이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할 도깨비방망이 같은(솔직히 어떤 식의 해결책이어야 그런 게 가능한지 감도 잘 잡히지 않지만) 기상천외한 해결책이 내 눈앞에 척하니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 같은 것도 없으니까.
나는 사람의 인생은 크게 봐서 제로섬이고, 좋은 일이 있으면 그만큼 나쁜 일도 있는 거고 역으로 나쁜 일이 있으면 그만큼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어스름하게 믿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 한마디 믿지 않고 사는 건 그간 내게는 퍽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막연하게 그 사실 하나만을 믿고 있다. 불과 1년 전의 내게 세상이 무너질 만큼의 슬픈 일이 있었으니 이젠 그 무너진 세상이 좀 알아서 다시 설만큼의 좋은 일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그런 근거 없는 희망도 없이 살기에는 겨울 끝자락부터 봄까지의 내 인생은 좀 많이 피곤한 상태인 것이 사실이라서.
달도 바뀌었고, 내일이나 모레쯤엔 또 속 편하게 혼자 좋은 곳으로 가버린 사람을 찾아가서 내 인생 책임지라는 생떼나 실컷 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만 믿으라며.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 하나는 살게 만들어 놓고 죽어도 죽을 거라며. 남자가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지. 뭐 그런 말들을.
이것 또한 언젠가 지나갈까. 이미 1년 전으로 밀려난, 작년의 그 서글픈 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