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슬픈 일은 벚꽃이 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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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어제는 나름 간만에 정말 바빴다. 집에서 열 시쯤 나가 돌아오니 열두 시 가까운 시간이었다. 막판엔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길이 더욱 번잡해졌다. 그래도 어제 나간 일들은 나름 소정의 성과를 달성했다. 두 달 넘게 사람을 스트레스 주던 일들도 어라? 싶을 만큼 괜찮은 아웃풋이 나왔다. 가방 속에 넣고 간 그의 사진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어제는 벚꽃을 정말 실컷 보고 왔다. 길에 핀 벚꽃, 길바닥에 떨어진 벚꽃, 바람에 날리는 벚꽃 등등등. 어제 그 정신없고 마음의 여유 없는 와중에도 구름같이 핀 벚꽃만은 눈에 자꾸 들어와서 배로 심란해졌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나는 이 꽃을 보고 생각 없이 감탄할 자유조차도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남은 내 인생에 아직도 아프고 힘든 일이 없기야 할까고, 만일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하필 꽃 피는 이 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식목일이고, 그의 생일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도 갔던 봉안당에 오늘 또 간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주 주말에는 내주 있을 일을 징징거릴 겸, 양력으로 그가 떠나간 1주기 인사를 할 겸 또 갈 예정이니 이번주는 일주일에 사흘을 그를 보러 가는 셈이 되겠다. 그게 무슨 미련한 짓이냐고 그는 타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제는 징징거리러 간 것이고 오늘은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하러 가는 것이고 주말엔 1주기 인사를 하러 가는 것이니 엄연히 목적이 다르다. 그래서 뭐 어쩔 수가 없다. 나 이런 성격인 거 모르냐고,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러냐고 눈이라도 한 번 흘겨주려고 한다.


어젯밤부터 내리던 비는 아침까지도 계속 오고 있다. 가뜩이나 벚꽃은 비 한 줄기 오고 나면 우수수 떨어지는데, 이 비 끝에 꽤 많은 벚꽃이 지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기분은 우울했지만 어제 그렇게라도 벚꽃을 한 번은 봐 버려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도. 이미 어제만 해도 적지 않은 벚나무가 이미 꽃이 진 자리에 파랗게 잎이 나고 있던 것도 떠오른다. 정말 늘 실감하지만 요즘 봄은 짧은 것 같다.


혹시나, 곁에 있는 사람 몰래 훌쩍 떠나버릴 계획이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싶다. 그러지 말라고. 그러나 죽어도 그래야만 하겠거든 벚꽃 한참 필 요맘때는 좀 피해 주시라고. 날은 화창하고 꽃은 고운데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만 슬픈 그 봄날의 기분을 모르니까 그런 잔인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이건 그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가서 지청구나 좀 퍼부어야겠다. 못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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