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김밥은 꼬다리가 맛있다지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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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며칠 전에 그의 양력 생일은 식목일이라 시기답게 늘 날이 맑다는 말을 자랑처럼 썼었는데 에라 너 어디 한 번 망신 좀 당해보라는 듯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러나 그 비에 전국 여기저기서 나던 자잘한 산불이 싹 꺼졌다는 말을 듣고 역시나 자연이 하는 일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긴 햇빛만큼이나 나무가 자라는 데 중요한 것이 또 비니까 이 시기에 비가 오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어제는 그 비를 맞고 그의 봉안당에 다녀왔다. 마침 밥을 새로 해서 먹어야 하는 타이밍이라, 집에 돌아가면 이러구러 배도 고플 테고 시간도 늦을 텐데 그때부터 새로 밥을 하고 뭔가를 만들어서 먹을 것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김밥이나 사다 먹어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늘 사다 먹던 작고 앙증맞은 계란말이 김밥 말고, 좀 두툼하고 투박하게 싼 김밥. 참치김밥 안 먹은 지가 1년도 넘은 것 같은데 참치김밥이나 좀 사다 먹을까. 마침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환승 정거장 인근에 꽤 유명한 김밥집이 있었다. 나는 그 김밥집에 가서 참치김밥 한 줄과 치즈김밥 한 줄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입이 작은 편이다. 그리고 한 입에 뭔가를 담을 수 있는 '용량'도 작은 편이다. 그래서 그는 가끔 집에서 김밥을 쌀 때면 속을 많이 넣으면서도 어떡하면 내가 먹기 조금이라도 덜 불편할지, 그런 걸 생각하느라 늘 골머리를 앓았다. 그리고 그런 내게 분식점 김밥은 버거웠다. 김밥 하나를 집어넣으니 입 안이 꽉 차서 국물 한 숟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몇 개를 그런 식으로 힘들게 먹고 나니 턱이 다 아팠다. 아, 그렇지. 계란말이도 계란말이지만, 이래서 내가 그 집 김밥만 사다 먹는 거였지. 그런 생각이 뒤늦게야 들었다.


그리고 가장 문제는 양쪽에 하나씩, 총 네 개가 나오는 꼬다리 부분이었다.


하나는 좀 바싹 잘려 있어서 비교적 먹기가 수월했다. 그러나 나머지 세 개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먹을지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람이 대개 그렇듯 먹는 것 버리는 것에 상당한 죄책감을 가진 나 역시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어떻게 어떻게 하나씩 꾸역꾸역 집어서 천천히 먹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또 그런 생각을 했다. 그가 있었다면 내가 꼬다리를 먹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김밥은 꼬다리가 맛있다지만 난 솔직히 그런 줄 모르겠다. 앞으로 김밥을 살 일 있으면 꼬다리 부분은 그냥 빼고 달라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도 했다. 이게 정말 맛있어서 먹은 건지, 아니면 입도 작은 내가 힘들게 우물거리며 김밥을 먹는 게 딱해서 그냥 당신이 먹었던 건지. 나는 왜, 당신이 뻔히 내 귀에 들리는 말로 대답해 줄 수 있었을 때는 이런 생각조차 못하다가 이제 내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 후에야 이런 것들이 궁금해진 건지.


그래서, 어제는 그깟 김밥 두 줄을 먹다가 그 끝에 기어이 슬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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