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오늘도 잠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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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마음이 심란해도 내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이 좀 짧았던 모양이다. 오늘 아침 내내 심란해서 안 하던 실수를 몇 가지나 하고, 중요한 전화 통화 한 통도 끊어놓고 뒤통수가 따끔거릴 만큼 대충 해버렸다. 그리고 글쓰기 페이지를 띄워놓고 한참이나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가, 그래도 어찌어찌 손을 움직여 또 몇 자 적어 본다.


1년 전 오늘은 그와 내가 함께 보낸 마지막 날이었다.


이 문장을 쳐놓고 나니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다. 역시, 아무리 뻔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그걸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는 순간에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는 모양이다. 저 뻔하디 뻔한 사실 적시 앞에 잠깐 숨이 쉬어지지 않는 걸 경험한다.


사람은 매일을 살면서 전날 있었던 일의 40%를 잊는다고 한다. 그러니 1년 전으로 밀려가버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안타깝게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고작 1년 만에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갈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되겠지. 그리고 종내엔 그 날짜 하나만이 겨우 잔뜩 빛바래고 흐려진 채 남을 것이다.


오늘도 외출할 일정이 있다.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 나는 언제나처럼 커피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일들을 할 테고 시계가 11시를 넘어가면 자리에 눕겠지. 그리고 태평하게도 잠들 것이다. 1년 전 그날 밤에 그랬듯이.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음 날 아침 실컷 늦잠을 자고 깨어나 본들 새삼스레 놀랄 일 같은 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정도겠지. 내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아침 내내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잊고,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그래도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기분은 완연히 1년 전 그때와 비슷하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듯 희뿌옇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계속 갈팡질팡하고만 있다. 이것도 처음이라서일까. 그를 보대고 난 후에 처음 맞는 날이라서. 그래서 내년이 되고 내후년이 되면 조금은 덤덤해질까. 그런 걸 바라는 게 맞는 것일까.


이제 웬만큼 알 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깨닫고 만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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