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그럴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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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1월 말부터 두 달 넘게 사람을 괴롭히던 어제의 그 일은 3주 정도의 시간을 더 버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해결'이 난 것이 아니니 어찌 보면 미봉책이다. 그러나 가금은 어떤 문제에 있어서 일정한 결론이 단칼에 나버리는 것보다(대개 좋은 결론이 날 리는 없기 때문에) 시간을 좀 더 가지는 식의 결론이 때로는 더 어렵다는 걸 이젠 모르지도 않는 나이인지라 어제의 그 결론은 이게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식의 묘한 감흥을 안겨 주었다. 정말 어제 쓴 글대로 '필요할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있었던 셈이다.


한시름을 돌려놓고 잠깐 멍을 때리다가, 나는 벌에라도 쏘인 듯 옷을 갈아입고 허둥지둥 봉안당으로 갔다. 4월 들어서는 벌써 네 번째 가는 참이다. 당신이 잘 돌봐준 덕분인지 일단 시간을 좀 벌었다고, 근데 3주 후에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사실 좀 막막하다고, 이왕 신경 써 줄 거면 그때까지도 잘 좀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유리문 속의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봉안당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컨디션이 급격하게 다운되기 시작했다. 악으로 버티고 있던 몸이 이제 한 시름 돌렸다 싶으니 탈이라도 내려는 모양이었다. 설설 기듯이 집으로 돌아와, 나는 밥도 먹지 않고 그냥 이불을 둘러쓰고 누웠다. 그리고 한 시간쯤 정신없이 잤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 한참이나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람의 삶과 죽음, 사후세계 따위 복잡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순간마다 나는 떠나간 그가 그곳에서도 마냥 편하게 있지 못하고 이 쪽의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뜯고 발을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이곳에서의 삶이 그렇게나 힘겨워서 남들은 백 살까지 사느니 마느니 하는 시대에 그 절반도 못 살고 훌쩍 떠나갔으면서. 이왕 떠나간 그곳에서조차도 내가 눈에 밟히고 마음이 쓰여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구나 하는 것을.


이제 떠나간 지 1년도 넘었으니 그냥 꿈에라도 와서 이야기나 좀 하다 가라고 부탁하고 싶다. 화 안 낼 테니까.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안 울겠다는 말까지는 차마 못 하겠지만. 그냥, 거기 가서까지 이렇게 애를 태우고 안절부절못할 거였으면서 굳이 그런 식으로 훌쩍 떠나갔어야만 했던 건지, 그거 한 마디만 물어보고 싶다. 정말로 그것 외에는 답이 없었던 건지. 물론 그것 외의 다른 방법이 백만 가지 중의 하나라도 있었더라면 그렇게 떠나가지 않았을 사람이라는 걸 세상에서 제일 잘 아는 게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럴 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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