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읽은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책 중에 저런 제목의 책이 있었다. 에도 시대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이야기였는지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 제목과 분분히 날리는 벚꽃이 가득 그려져 있던 표지만은 이상하게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불쑥 생각이 나곤 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놓고 이런저런 일들을 하다가, 나는 길 건너편 아파트 단지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의 가지들이 불긋불긋하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꽃이 져버린 흔적이다. 벚나무는 앙상한 가지에 뽀얗게, 혹은 연분홍색으로 꽃이 오르고, 그 꽃이 핀 자리가 불긋불긋하게 변하고, 그 자리에서 잎이 난다. 그러니까 이미 올해의 벚꽃은 다 져버린 것이다. 아니 이제 겨우 4월 초인데 벌써 벚꽃이 저렇게 싹 저버릴 일이야? 괜히 내가 더 억울해져서 그런 말 한 마디를 보내 보았다. 그 꽃이 안 지고 아직 피어 있더라도 내가 그걸로 뭘 할 것도 아니면서도.
'벚꽃을 보러' 어딘가로 가 본 것은 몇 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대청호 인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날 우리는 호수 둘레를 따라 구름같이 피어난 벚꽃을 실컷 보고 돌아왔다. 그날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마 핸드폰 어느 구석엔가 남아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날의 외출에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다는 사실을 자각한 그는 며칠 후 병원에 갔다가 심장 기능이 정상인의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그 후로 터진 코로나까지 겹쳐, 우리의 다소 먼 외출은 그게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사느라 바쁜 동안, 또 하나의 봄이 그렇게 와서 안녕하세요 하고 빼꼼히 고개를 디밀었다가 반겨주지 않는 것에 시무룩해 제 풀에 자취를 감춘 모양이다. 다소 이른 감은 없지 않지만 올해 봄도 결국 이렇게 끝났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아직은 밤이 되면 쌀쌀하지만 조만간 후덥한 날씨에 이불을 걷어차는 시기가 오겠고 그러다 보면 선풍기며 에어컨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여름이 올 테고. 또 그런 식으로, 시간은 꾸역꾸역 흘러서 내 곁을 지나가겠지.
벚꽃은 내년이 되면 다시 피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어쨌든 지금 한 번뿐이다. 그 사실을, 그렇게나 뼈가 저리게 배웠으면서도 종종 잊어버리고 산다. 그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도 모르겠지만.